손철운 의원 “일괄사퇴 요구는 행복추구권에 반하는 행위”
홍미영 청장 “일괄사퇴 요구한 바 없다, 재신임과정 당연”

민선5기 홍미영 구청장 취임 이후 최근 공직사회와 그 주변을 시끄럽게 한 구 산하 기관장(시설관리공단, 역사박물관, 아트센터, 자원봉사센터)의 거취 문제가 구의회 ‘구정질문’을 통해 다시 불거졌다. 구 집행부와 의회 한나라당 소속 일부 의원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166회 구의회 정례회(9월 6~17일) 기간 중 15일 열린 2차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손철운(갈산1ㆍ2, 청천2동) 의원과 김유순(부평1ㆍ4ㆍ5동) 의원은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와 관련해 강하게 비판했다.

손철운 의원은 “조례나 정관에 임기가 보장돼있고 해임 사유와 관련해 규정돼있음에도, 구는 8월 24일께 담당부서장을 통해 구두로 각 기관장에게 8월 27일까지 일괄사표를 요구했고, 26일에는 손해근 부구청장이 기관을 직접 방문해 사퇴를 종용했다”며 “이는 초법적이고, 헌법이 규정한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조례나 규정에 정한 해임사유에 해당한다면 일괄사표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관별로 철저히 문제를 파악해서 책임질 해고사유가 있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고를 통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유순 의원 또한 “능력과 성과와 관계없이 경질한다면 ‘보복성 인사’라고 성토할 수 있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한 뒤 “유관기관장과 단체장의 임기를 통일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소속의 강순화(비례) 의원은 “인사권한이 해당 지자체장에게 있고, (지자체장이) 그 결과까지 책임진다. 임기를 제도적으로 명시했지만, 기계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구청장의 정책비전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구청장의 선택 폭을 넓혀줘야 한다. (기관장들의) 재신임이 필요하다”고 홍 구청장을 옹호했다.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홍 구청장은 일괄답변을 통해 “주민들은 산하기관의 모든 활동역시 구청장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8월 공무원 인사 단행에 즈음해 일각에서 (산하 기관장에 대한) 재신임 요구가 있었으며, 간부공무원들도 그랬다. (재신임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산하 기관장들이) 구정 변화에 따른 자기 역할을 인지하고 거취를 결정할 것이고, 구청장과 함께 하겠다면 재신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김유순 의원이 제안한 구청장과 기관장의 임기 통일은 관계법령 범위 안에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부평구 산하 기관장 거취문제를 놓고 홍미영(왼쪽) 구청장과 손철운(오른쪽) 의원이 구정질문 일문일답을 통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충질문ㆍ답변, 격한 공방
일부 주제 벗어난 질문…“손 의원, 득보다 실 커”

일괄답변 후 손철운 의원의 보충질문이 이어졌다. 손 의원과 홍 구청장은 격한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손 의원은 주제와 다소 벗어난 질문을 하기도 했으며, 이를 지켜본 동료 의원과 공무원들 사이에서 “손 의원이 보충질문을 통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아래는 일문일답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손 의원은 “답변이 미흡하기 짝이 없고 안타까워 보충질문을 한다. 6.2지방선거의 민심을 이야기하는데, 모든 부분을 청장에게 위임한 것이 아니다. 민심은 항상 변한다”고 말문을 뗀 뒤 “구청장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구청장은 “(행복추구권) 뒤에 질문하려고 하는 요지를 말해 달라”고 했고, 손 의원은 “행복추구권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는지 우선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홍 구청장은 관계공무원에게 헌법 제10조를 찾아 가져다달라고 지시한 후 “가져 오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기관장 일괄사퇴 요구는 행복추구권을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으며, 이에 대해 홍 구청장은 “군사작전이라는 표현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표현에 신중해줄 것을 요구했다.

손 의원은 “기관별 문제점을 파악한 뒤 해고통보 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했고, 홍 구청장은 “해고통보 한 바 없다. 일괄사퇴 요구한 바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손 의원은 “8월 26일 부구청장이 산하기관을 방문해 사퇴를 종용하지 않았느냐? 항간에 누가 어느 기관장이 되고, 누가 어느 기관장이 된다면서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구청장은 부구청장이 산하기관을 방문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사실 확인을 위해 부구청장이 나와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한 뒤 “재신임 과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공정한 절차를 통해 임용하겠다”고 말했다.

답변석에 오른 손해근 부구청장은 “신임 절차가 필요하다. 사퇴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사퇴한 후 신임을 받는 게 온당하다는 뜻을 전했고, 사퇴의사를 확인하려했다”고 답했다.

또한 “올해 1월 부구청장으로 부임했는데, 부구청장의 역할은 구청장이 구정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새 구청장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산하 기관장) 신임관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구청장의 강경한 태도 때문인지, 손 의원은 부구청장의 관용차량 교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손 의원은 “구청장이 재정여건이 어려워 공무원 급여도 못 줄 상황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부구청장 차량을 교체하려는 게 말이 되느냐? 부구청장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결재했을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부구청장은 “죄송하다. 차량 내구연한이 5년인데 7년이 지나 결재했다. 8~9년 되면 해줄(=예산안 승인) 것이냐? 저만 생각하지 않는다. 후임도 있다. (예산을) 삭감한 것엔 이의 없다”고 답했다.

끝으로 손 의원은 “질문 중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다하더라도 올바른 구정발전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홍 구청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주문한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한 뒤, “손 의원이 두 번이나 찾아와 인사 청탁을 했을 때 제가 판단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깨끗한 인사를 말씀해주시니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의원은 “홍 구청장이 기획홍보실장을 추천해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고, 홍 구청장은 “청탁과 추천은 다르다”고 말했다.

양측의 공방은 규정된 보충질문 시간(20분)을 초과해 끝났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