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숙 노동자교육기관 조직실장
오는 7월 25일은 GM대우 부평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 인정과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한지 1000일째 되는 날이다.

끈기의 민족답게 몸뚱이 하나밖에 가진 게 없는 우리나라 노동자는 자본의 불의에 맞서 농성과 1인 시위, 삭발, 단식 등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투쟁을 한다. 불과 15년 전만해도 노동조합 위원장의 단식이 열흘을 넘어가면 회사 측 관리자들은 긴장하며 협상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IMF로 대변되는 국제적 신용위기 이후에는 노사 대립 양상이 더 극단적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 때문인지 전국금속노조 장기 투쟁사업장의 하나인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지회)의 1000일 농성 투쟁이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4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이들의 투쟁을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순간 숙연해진다. 무법천지라 할 수 있는 원청(=GM대우)과 하청 회사의 문제점도 드러난다.

비정규지회는 2007년 9월 2일 설립됐다. GM대우 부평공장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5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500명 정도만 남았다. 계약해지와 하청업체의 폐업 등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쫓겨났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씩 다시 계약하고 같은 라인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함에도 임금이나 각종 노동조건에서 차별을 받고 있지만, 대우자동차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 27명은 헌법에 근거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러나 하청회사와 원청인 GM대우는 ‘불법’ 대응으로 일관했다.

노조 설립을 알리는 선전활동을 폭력으로 막았으며, 노조에 가장 많이 가입한 S업체에선 조합원 24명을 해고하고 문을 닫았다. 그것도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한가위 연휴에 해고통지서를 보냈고, 해고된 이들은 한동안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비정규지회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 노동부, 인권위원회 등에 호소했다. 법적 투쟁도 벌였다. 그러나 회사는 무시했으며, 조합원 24명을 해고시킨 S업체 사장은 5억원이 넘는 체불임금을 두고 외국으로 도주하기도 했다.

비정규지회의 투쟁 수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2007년 말 박현상 조직부장은 GM대우 부평공장이 훤히 보이는 부평구청역 CCTV 관제탑에 올랐다. 지상으로부터 30m 위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65일째 되던 날에는 체력이 크게 떨어지고 건강이 악화된 조직부장의 뒤를 이어 이대우 지회장이 탑에 올랐다. 그리고 고공농성은 135일 동안이나 지속됐다.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대통령 인수위원회 앞에서, 그리말디 GM대우 사장 집 앞에서, 미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급기야는 그해 1월 24일, 살을 에는 추위 속에 한강대교 교각에 올랐다. 10여년 전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노동위원회에서 내린 부당해고 판결을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을 근무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에 했는데도 해고한 회사 측에 맞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완성차 회사도 타격을 입었다. 세계적 자동차업계도 연일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GM대우는 2006년부터 계속 영업이익을 내다가 2008년 2조원대의 파생금융상품 손실로 적자를 봤다. 경영진의 잘못임에도 그 책임과 해법은 노동자들의 해고로 돌아왔다. 물론 비정규직이 1순위 대상이었다.

GM대우는 2009년에 1000여명의 비정규직을 무급 순환 휴직시키고, 비정규직이 일하던 자리에 정규직을 배치했다. 당장은 비정규직이 해고됐지만, 정규직의 고용 또한 안정적이지 않게 됐다.

올해 3월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3500여명의 정규직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8명의 해고를 막고자 잔업을 거부했다. 18명의 비정규직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사측의 회유를 이기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연대’ 정신을 보여줬다고 평가 받는다.

인천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인천지역연대에서는 비정규지회 농성 1000일을 맞이해 여러 가지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7월 5일부터 인천지역연대 소속 단체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버튼 달기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한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의 끈질긴 투쟁을 통해 세상을 더 넓게 더 깊이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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