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납품업체가 전ㆍ현직 교장 47명에게 50만원에서 100만원씩의 뇌물을 준 정황이 경찰에 적발된 후 시교육청이 급식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고강도’라는 단어까지 쓰며 대책을 발표했지만, 급식 비리를 척결할 의지가 정말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강도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해당 업체는 아직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이 급식업체는 그동안 계약을 맺었던 학교 중 상당수와 계속 계약을 맺고 있으며, 새로운 학교와도 납품 계약을 맺는 등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의 비리사건으로 인해 시교육청이 대책을 내놓았지만, 해당 업체는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아직 법원에서 결정 통보가 없어 입찰을 제한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법에 근거해야 함은 타당하다.

그러나 학교장에게 뇌물을 주는 부당한 방법으로 영업을 해온 것이 만천하에 알려졌는데, 시교육청이 이를 학교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식재료 납품과정에서 식재료에 문제가 생긴 일도 아니고 계약 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관련 내용을 학교에 공문으로 보낼 사항이 아니’라고 말하는 담당공무원의 사고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납품업체 선정에서 뇌물이 오가면 그만큼 식재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상식 아닌가.

게다가 경찰이 이 업체를 적발한 후 시민사회에서 관련된 교장들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징계를 촉구했지만, 경찰은 47명을 불입건 처리한 후 지금까지도 시교육청에 통보조차 하지 않아 감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급식 비리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교육철학의 부재 문제라 할 수 있다. 뇌물을 제공한 자와 받은 자 모두 엄중 처벌하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고강도 대책’이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납품 계약을 전자조달 방식으로 하는 개선안을 마련한 근본 목적은 급식 비리를 척결하기 위함이다. 비리가 적발된 업체를 입찰에 참여하게 나두면서 개선은 있을 수 없는 게 아닌가.

게다가 시교육청의 개선안은 자칫 학교 급식소위원회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개선안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통과, 급식업체 입찰 공고, 입찰, 계약, 납품기간 중 업체 현장 위생 점검 등의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인데, 급식업체 계약 후 사후 점검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급식소위원회는 제 역할을 잃게 된다.

급식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급식재료 납품을 둘러싸고 뇌물이 오간다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이야 어찌됐든 자신의 배만 불리겠다는 파렴치 아닌가. 엄중 처벌이 선행되지 않는 한 개선은 요원할 것이다. 시교육청이 보다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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