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부평1동 ‘모즈 헤어’ 임수정 점장

“미용을 시작한 후 10년쯤 되면 한계점이 오기 마련입니다. 벌써 20년이 되었으니 한계점을 넘어도 한참 넘었지요. 하지만 8년 전 지금의 미용실 ‘모즈 헤어’ 사장님에게 배웠던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이 가슴속에 담겨있었기 때문에, 10년이 되는 날부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고객과 교감하며 단순한 미용사가 아닌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답니다”

롯데백화점 부평점 앞에 위치한 프랑스 헤어 체인점 ‘모즈 헤어’의 임수정(44) 점장. 그는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꽃피우며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배려하고 나누는 속에서 토털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모습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지니게 됐다고 했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

화요일이 쉬는 날이라 편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지만, 임 점장은 여느 때와 같이 고객의 머리를 만지며 대화하고 있었다.
‘점장’이라는 지위 탓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건 오해였다. 그는 “인터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왔는데 쉬는 날이지만 고객이 전화를 걸어 모임에 나갈 머리 손질을 부탁해왔어요. 그래서 시간을 맞춰 스타일을 만들어 주고 인터뷰를 하려고 했지요”라고 말했다.

20년 경력의, 그리고 프랑스 미용실 브랜드로 유명한 ‘헤어 모즈’의 점장. 그는 어떻게 미용사 일을 시작했을까?

“저 또한 어렸을 적 못생겼다는 놀림과 자기 비하에 늘 우울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비난 덕분에 ‘내가 정말 못난 사람일까’ ‘내가 이렇게 무기력한 사람일까’ 하는 반문을 했지요, 그때부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됐고, 미용사 일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작고 여린 소녀에서,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 있는 성격을 가지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의 직업여성으로 변모해왔던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8년 전 우연히 만난 ‘헤어 모즈’의 사장과 인연으로 마음경영에 대한 안목이 생겨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객들 중에는 예전의 저와 같이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주눅 들어서 마음까지 오그라드는 경우를 종종 볼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머리스타일을 고쳐주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매력과 장점에 대해 끊임없이 조언을 해주곤 했지요. 그렇게 한두 번 더 찾아오고, 처음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모습을 점점 갖춰가게 되면서 더불어 자신감도 회복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했던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가치라고 생각했던 것이었지요(웃음)”

고객이 감동하면, 손해 봐도 남는 장사

임 점장은 현재 디자이너 2명과 함께 제법 규모 있는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본점이 프랑스에 있고, 체인점 형태로 여러 나라에서 관리되다보니 수익을 내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의 마케팅 성화에도 불구하고 오직 고객의 감동만이 제일이라며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객과 교감하려고 노력한다.

“현실적인 처지도 중요하겠지만, 돈을 뛰어 넘는 그 무엇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수익이 아닐까요. 작고 여리기만 했던 모습에서 개성 넘치는 스타일의 당당한 여성으로 변화하는 고객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 고객이 입소문을 내 비록 더디지만 한두 명씩 늘어나는 가족(=고개)을 볼 때마다 손해를 봐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임 점장 또한 처음 미용실을 열고나서 자금난에 부도도 내보았다. 친한 사람에게 배신까지 당해봤던 터라 지금 그에게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내가 더 사랑하면 되고, 모르면 더 공부하면 되고, 그러다보면 줄 수 있는 게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남과 함께 나누면 되는 것입니다”

그의 말은 더 이어졌다. “스타일리스트로서 제가 고객을 변화시켜준다고 하지만, 오히려 고객이 저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 만큼의 변화가 믿기지 않을 정도이지요. 고객과 저는 끊임없이 교감하며 감동을 주고받는 그런 가족 같은 사이랍니다. 그러니 한번 맺은 인연은 평생토록 함께 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나를 믿어주는 고객이 있으면 무조건 시간을 내준다는, 누군가가 나를 찾아줄 때 기꺼이 동료가 되어준다는,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 그냥 좋고 행복하다는 그의 말이 ‘함께 산다’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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