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5월이다. 때 아닌 폭설과 한파 등 이상기후로 물오르던 연초록 새싹들이 움츠려들던 4월이 지났다.

46명 장병을 비롯해 귀한 목숨들을 허망하게 앗아간 천안함 침몰, 신속한 구조와 명확한 원인규명보단 6.2지방선거에서 ‘사람 사는 세상’의 맞불을 목적으로 손아귀의 매체와 조직을 총동원해 억지영웅을 창조하는 딴나라의 구태, 금배지를 달고서 법으로 금지한 선생님들의 명단을 공개하며 사생활은 물론 법조차도 우습게 여기는 함량미달 국회의원의 막가파 행태, 참으로 힘들었던 4월이다.

그러나 힘들었던 게 이들만이 아니다. 수천년을 인간들과 함께 한 가축계도 4월, 우리나라 가축사이래 최대의 환란을 겪었고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강화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도를 지나 충청도까지 확산돼 심지어 농가가 아닌 가축 전문가들이 모인 정부산하 축산기술연구소에서도 발생하는 등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Foot-and-mouth disease’라는 이름처럼 발굽이 2개인 소와 돼지 등의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구제역(口蹄疫)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가축의 제1종 법정전염병이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발병하면 주변지역에 대한 검역을 철저히 하고, 감염된 소와 접촉된 모든 소를 소각하거나 땅에 묻는 게 고작이다.

발표를 보면 이번 환란으로 멸종위기의 칡소, 강화의 우(牛)보살이 ‘살처분’된 것을 비롯해 5만 마리에 달하는 소와 돼지가 생매장을 당했고 피해액도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 한다.

왜 초기에 구제역의 확산을 차단하지 못했고 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지, 온갖 비난과 질책의 화살이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 공무원들에게 쏟아지고 있다.

물론 때가 되면 확산이 진정되고 역학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과 경로가 확인되겠지만 이번 환란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애꿎은 이들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볼 일이다.

강화에서 처음 구제역이 확인되기 전인 4월 2일, 농촌진흥청은 중앙행정기관 중에서 ‘2009년 정부업무 평가·운영’을 가장 잘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조직의 존폐 논란을 빚은지 불과 2년 만에 ‘환골탈퇴’의 쾌거(?)를 이루었다는 자평도 빠트리지 않았다.

MB정권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농업정책 방향으로 한미FTA 체결과 농정의 브레인인 농촌진흥청의 체질 개선을 줄기차게 언급했다. 결국 농촌진흥청은 ‘인사 쇄신, 업무 효율성 제고’의 압박에 9개 소속기관을 4개로 통합하고 298명에 달하는 인원을 감축했다.

농정의 책임자들은 처음부터 시장경제 논리를 내세워 우리의 농촌과 농민을 포기한 현 정권의 눈치를 보기에만 급급했다.

인천과 수도권에 유난히 폭설이 많았던 올해 초 평소 지옥철로 불리며 수많은 인천시민들의 출퇴근길 발인 경인전철이 마비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그때마다 몇 시간씩 전동차에 갇혔던 시민들과 좋은(?) 취재꺼리를 만난 언론은 연일 지하철공사와 직원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은 이들은 매일같이 전동차 수리와 선로 정비를 위해 밤을 새우고 있었다. 대규모 인원감축으로 교대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대란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지금 MB는 종교계와 전문가, 환경단체들의 생명존중과 환경보호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방위 ‘홍보전’을 앞세워 4대강 사업을 위한 삽질의 ‘속도전’을 강행하고 있다. 16개 보가 모두 공사에 들어갔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전체 공정률의 12.2%를 달성했고 올해 말까지 40%를, 2011년에는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총력전’이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라는 구절이 있다.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나기도 종일토록 내리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기세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방통행 ‘총력속도전’도 그 끝은 있고 멀지 않았다. 이제 불통과 독선에 대한 한탄을 넘어 폭풍우가 지난 후 정리정돈을 위해 지금부터 주변을 돌아보며 만반의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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