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적산에 새집을 달아주자

 

▲ 원적산 석천약수터 입구에 있는 나무에 설치해 놓은 새집에 둥지를 튼 곤줄박이.
부평구에서 원적산을 올라 서구 석남약수터로 넘어가면 마치 새들의 천국을 만난 듯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약수터 주변은 인공 새집들을 많이 볼 수 있고 마치 새들의 낙원을 보는 듯하다. ‘서구의제 21’에서는 2008년부터 원적산에만 50여 개의 새집을 달아주고, 원적산의 숲과 생태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평구에 속한 원적산의 인공 새집은 얼마나 될까? 원적산과 장수산에는 부평구에서 관리하는 약수터 6곳과 물웅덩이, 원적산공원(면적 21만 3000㎡)이 있지만, 약수터나 물웅덩이 주변에서 새집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석천약수터 입구에 인천시에서 시범 설치해 놓은 3개의 새집만 보일 뿐이다. 자연보호나 생태환경에 대한 말만 앞선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와 어쩌면 맞아떨어질지도 모른다. 새집 달아주기마저 서구와 부평구가 비교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원적산을 사랑하는 부평구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원적산(=元積山)은 50여년 동안 외지인의 개발논리에 의해 ‘철마산’으로 불리다가 최근 들어 제 이름을 찾아 불리고 있다. 임동윤 세일고등학교 지리교사는 <부평신문>에 원적산의 유래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원적산은 부평구와 서구에 걸쳐있는 산으로 녹지 공간이 적은 부평구에서 아주 귀중한 공간이다. 또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여러 제조업체와 인천 북항에서 발생하는 각종 공해먼지를 흡수해 여과기 역할을 하는 산이다. 우리 부평사람들은 원적산에서 나오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살고 있다고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도 원적산 부근에는 불법 텃밭들이 독버섯처럼 늘고 있다. 이를 단속하고 제재해야할 부평구는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어 원적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다행히 올해는 불법 경작을 근절하겠다며 이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인력을 동원해 나무를 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겠는가, 하고 여긴다. 그동안 같은 모습을 반복해 보았기에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을 갖는다. 불법 경작을 근절할 의지가 있다면 신고체계를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단속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한다.

시에선 지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학산 등 15개의 산에 있는 물웅덩이 주변에 인공 새집 300개를 시범적으로 설치했다고 한다. 인공 새집이 야생조류의 번식 성공률을 높여 개체 수를 늘리고 자연환경 보전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새집 달아주기 사업을 펼치고 있는 시 환경녹지국 담당공무원은 올해는 시범적으로 새집을 제작해 설치했는데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모니터링해 내년엔 좀 더 새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겨울철 먹이 뿌려주기 행사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 뒤 시민들의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다.

▲ 김철근 시민기자
시와 구는 도심 옥상 녹화사업과 담장 허물기 사업, 절단된 원적산에 생태통로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업도 필요하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는 원적산 숲을 잘 보존하기 위해 새집 달아주기 등 작은 실천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다 함께 고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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