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는 세상, 사회적 경제] 부평구신용협동조합평의회

45년 전, ‘1구좌 50원’으로 신협 설립

▲ 신용협동조합 중앙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쳐 사진.
올해로 신용협동조합이 설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축구는 좋아하지만 축구명가 ‘FC바르셀로나’가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스페인 프랑코 파시시트에 저항하다 단장이 암살당하고 구단 사무실이 폭파당하기도 한 축구 클럽 FC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이다.

FC바르셀로나 외에도 알리안츠, 노스웨스트 항공 등이 협동조합에 속하며, 독일의 유명 은행인 폴크스방크(Volksbank)와 라이프아이젠방크(Raiffeisenbank)도 협동조합은행이다. 영국 축구클럽 첼시 유니폼에는 삼성광고가 실리지만 FC바로셀로나 유니폼에는 유니세프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게 바로 일반 기업과 협동조합의 차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한국에 신협이 처음 들어선 것은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으로 궁핍하던 시절이다. 구호물자에 의존하던 사회적 혼란기에 저축을 하는 것은 물론 누구에게 돈을 빌려 주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는데,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고자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1960년 5월 부산에서 천주교 교우 27명을 조합원으로 모집해 설립한 것이 그 시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65년 3월, 현 부평2동 성당 교우들이 뜻을 모아 부평에 부평제일신협을 냈고, 5월에는 부평4동 성당 교우들이 부평신협을, 9월에는 산곡성당 교우들이 뜻을 모아 산곡신협(=현 미추홀신협)을 설립했다. 신협을 모태로 만들어진 게 오늘날 새마을금고다.

부평지역 신용협동조합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임창남 선생이나 백창섭 선생은 이제 고인이 됐고, 전현종 선생과 김봉진 선생역시 작고했다. 이 분들의 뒤를 이어 신협운동의 맥을 이어온 원민구 선생(=전 산곡신협 이사장)은 “1구좌에 50원할 때 선뜻 내놓은 사람이 없었다. 당시에 50원이면 제법 큰돈이라 20원씩, 10원씩 분할 납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돈들이 모여 오늘의 신협을 이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협은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되고 운영되는 금융기관이다. 협동조합이다 보니 비영리금융기관이며, 수익이 발생할 시 조합원에 배당도 하지만 시중은행과 달리 지역 복지사업 전개 등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일이 많다.

부평신협 이사장을 역임한 뒤 현재 신협 중앙회 이사로 있는 윤순혁씨는 “시중은행들이 주식 배당잔치를 통해 매년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외국자본(=외국인 주주)에 지불하고 있다면, 신협은 고스란히 조합원과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금융”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 다시 주목받는 신용협동조합

경제사정이 어려워지고, 금융의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면서 신용협동조합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신협뿐만 아니라 다른 협동조합도 관심을 끌고 있다.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기업형태로 인정받고 있는 것.

이 같은 사례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활발하다. 스위스에서는 소비자협동조합이 글로벌 유통기업 까르푸의 12개 매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동북부에 위치한 37만 인구의 볼로냐시의 경우 협동조합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가난했던 도시는 중소기업의 천국으로 변모했고, 평균임금은 이탈리아 국내평균의 2배, 실업률은 3.1%로 이탈리아 평균의 3분의 1 수준을 유지하는 완전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배경에 400개가 넘은 협동조합이 있다.

한국의 신협은 2010년 현재 국내 982개 조합에 조합원 515만명을 두고 있으며, 총자산은 37조 7000억원에 이른다. 부평구의 경우 11개 조합에 8만 2000명조합원을 두고 있으며, 11개 조합의 자산을 합한 전체 자산은 6000억원 규모다.

부평지역 신협역시 지난해부터 시작된 ‘자본시장 통합법’을 비롯한 금융환경 변화와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 사태와 경기침체 등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저축대출 공제업무와 조합원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 전개, 조합원 배가 운동, 지역 복지사업 전개 등 협동조합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협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신협이 시중은행과 달리 사회구성원들이 상부상조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협동조합 금융이라는 점이다. 그런 만큼 지역에서 만들어진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그 지역에서 순환돼 선순환 구조를 갖는다. 즉, 지역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윤순혁 신협 중앙회 이사는 “2008년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은행의 총배당금 1조 6000억원 중 1조원 이상이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갔다. 특히 최대주주가 치고 빠지는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은 당시 순이익의 절반인 4514억원을 배당해, 이 중 2303억원을 론스타가 챙겨갔다”라고 한 뒤 “금융은 흔히 경제의 젖줄이요, 사람으로 치면 피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경제를 살찌울 천문학적인 금액이 밖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협, 협동조합의 ‘운동성’과 ‘경제성’ 갖춰야

신협의 자산이 커지면서 신협도 점차 대형화 추세에 있다. 가난했던 60~70년대를 거쳐 3저 호황이었던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신협의 자산은 변곡점을 지나면서 크게 증가했다.

동시에 공동구매 사업, 조합원 교육사업, 무료 예식장 대여 사업 등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시절에 추진했던 복지사업 대신 금융업무가 많아졌다. 여전히 도서관을 운영하고,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등 사회참여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신협의 이 같은 자산규모 대형화 추세 흐름에 대해 원민구 선생 같은 신협운동의 원로들은 쓴 소리를 하기도 한다. 원 선생은 “신협도 금융기관이지만 돈으로 사람한테 군림하려 하면 안 된다”며 “어려울수록 창립정신을 되새겨 사회적으로 어려운 소외 받는 이들을 돕는 데 돈을 이용해야한다”고 말했다.

미추홀신협 여선구 이사장은 “신협의 정관대로 하면 사회참여를 통해 지역복지에 심혈을 기울이는 게 원칙이다. 전에는 청소년 문화의 집, 독서실, 노인정, 무료예식장 등을 운영했는데 변화한 시대상에 부합하는 지역복지센터를 육성하는 게 신협의 길이라고 본다”라고 한 뒤 “그렇다고 경제적 성과를 놓쳐서는 안 된다. 신협도 금융기관인 만큼 그에 맞는 성과를 내는 조직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신협의 대형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역사회개발부서(=신협이 전개하는 여러 복지사업과 사회참여사업 담당)에서 신협 일을 배우기 시작한 김용렬 미추홀신협 전무는 “협동조합운동의 운동성을 지켜가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어느 정도 자산의 규모화는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적정규모로 지역 신협들이 평준화 됐으면 한다. 즉, 동반상승할 필요가 있다. 무한경쟁, 무한성장을 원치는 않는다”며 “다만 신협의 운동성도 경제성이 뒷받침 돼야 빛을 발한다. 모든 신협이 적정규모화가 됐을 때 그 자산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신협 중앙회 윤순혁 이사 또한 신협의 운동성과 경제성이라고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노력을 강조하며, “지역주민들이 신협을 많이 이용할수록 우리지역의 부가 커지는 것”이라고 한 뒤 “그래서 신협중앙회가 지역의 신협을 돕기 위해 개선할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게 감사다. 지적감사가 아닌 지도감사를 통해 신협이 서민들의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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