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중학교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7교시 강제 보충수업이 이젠 초등학교까지 번지고 있다. 인천지역 일부 초등학교에서도 7교시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과후 보충학습을 변질시켜 6학년 전 학생들에게 강제로 실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방과후 보충학습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본인과 부모의 동의를 받아 정규 교과 시간이 끝난 후 실시하는 학습이다. 이를 6학년 전체 학생으로 확대해 강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부평신문>에 제보된 학교만 모두 9곳이다.

심지어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와 아이의 의견을 묻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고서도 원치 않는 학생까지 남게 해 문제풀이를 시키기도 했다. 원치도 않는 보충수업에 남아야하는 학생은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학력이 향상될지 의문이다.

기초학력이 떨어지지 않고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데 강제적으로 보충수업을 시키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2009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인천의 성적이 하위권으로 나오자 시교육청이 점수를 올리라고 일선 학교를 쥐어짰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올해 초 학력향상을 못시키는 학교는 경영능력 평가에 반영하고 불이익을 주겠다는 학력향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는 7월 13~14일로 바뀌었다. 예년에는 10월 중순에 보았던 일제고사였다. 시험을 1학기로 앞당기니 없던 중간고사도 생겼다. 또 6월말에는 시교육청에서 보는 일제고사가 예정돼있고, 이것으로 기말고사를 대체한다고 한다. 그러니 학교에는 매주 단원평가를 보게 됐다. 국어ㆍ수학ㆍ사회ㆍ과학ㆍ영어, 각 과목의 단원이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보게 되니 거의 매주 시험을 보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시험의 연속이다.

7교시 보충수업뿐 아니라 일부 학교에서는 6학년을 대상으로 등교시간인 8시 40분보다 20분 일찍 등교하게 해 일명 ‘0교시’를 진행하거나, 휴업일인 ‘놀토’를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학력향상을 위한다며 전 학년의 상반기 체험학습 일정을 모두 취소한 학교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교육청에서 학력 향상을 가지고 학교들을 누르고 있어,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고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교사도 있다. 이러다가 학생들의 인성지도나 특기활동이 아예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는 ‘인성 교육과 창의성 교육이 중요하고, 그것이 곧 개인과 나라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교육 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도 거리가 멀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교육계 비리의 당사자들은 이른바 ‘고학력’자다. ‘고학력자’들이 더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 이것과 학생들의 건강이나 인성, 행복이야 어찌됐든 시험 점수를 끌어올려야 능력을 인정하고 인정받는 지금의 교육구조가 무엇이 다른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학력향상’인지 되물을 때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