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주 대학원생
선거철이 다가왔다. 어지간한 사거리 빌딩마다 후보자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힌 현수막이 걸리고 출퇴근길 지하철 개찰구를 나설 때면 “기호 ○번 ○○○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담긴 명함이 눈앞에 나타난다.

오는 6월 2일에 치를 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에 교육감, 교육의원까지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정당비례 시의원과 구의원까지 포함해 총8번의 투표를 해야 하는 복잡한 선거다.

그러다 보니 후보도 많고 후보가 많으니 현수막도 많고 명함도 많다. 그러나 빌딩마다 걸리는 선거현수막 개수와 지하철역에서 명함 돌리는 후보자의 숫자는 아무래도 선거에 대한 관심과 열기에 반비례하는가 보다.

요즘 통 보지 않으니 텔레비전 뉴스는 빼더라도, 뉴스에는 지방선거 관련 보도가 거의 없다.
고작 있어봤자,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지방선거 결과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예측 정도? 다분히 중앙정치 중심의 보도다. ‘우리지역의 정치’를 맡길 지역의 정치적 대표자를 선출하는 지방선거에서는 결코 중심이어서는 안 될 보도인 것이다.

이마저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에는 신문 하단 귀퉁이로 밀려나거나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선거일은 다가오는데 정작 선거관련 이슈는 없다. 언론에 선거 관련 보도가 없다는 것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유권자들이 선거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하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하는 우려다. 가뜩이나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은데, 더 낮아지지 않을까? 지방선거는 투표율 과반수가 아니어도 유효투표로 인정되니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기존의 기득권세력이 당선될 확률은 더 높아질 텐데, 매번 되던 대로 당선되면 ‘정치는 그래봤자 안 변한다’는 정치에 대한 환멸이 더 힘을 얻을 텐데, 이 일을 어쩌나.

민주주의는 셀프(self)다

투표를 통해 정치적 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국민 모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래 뜻을 살리는 것이지만 효율성과 현실가능성을 감안해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유권자들이 선거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들고, 선거 자체에 대한 무관심이 주를 이루다 보면, 선거라는 대의민주주의 제도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의 전횡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민을 대표할 정치인을 뽑는 선거라는 경기에서 국민들은 간 데 없고 특정한 ‘그들’만이 리그를 벌이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래 많은 이들이 절망했다. 울화가 터지는 일도 많았다. 그리고 지금도 절망스럽고 울화통 터지는 일은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절망과 울화를 호소할 데도 없다. “자기들이 뽑아 놓고 무슨 말을 해?” 이런 논리 앞에 이명박 후보를 찍었든 안 찍었든, 투표에 참여했든 안 했든, 국민들은 할 말이 없다. 이것이 현재 대의민주주의의 맹점이자 한계다.

국민이 국민으로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의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참여가 보장돼야한다. 선거 때 당선된 대표자가 당선을 방패삼아 전횡을 일삼게 두는 것이 아니라, 선거 이후에도 국민들이 꾸준히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주민자치가 보장돼야 진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한 첫 걸음이 지방자치권력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다. 한 번의 투표로 민주적 절차에 의한 대표자라며 ‘제 맘대로 정치’를 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신물이 나는가? 그렇다면 더더욱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된 권리를 행사해야한다. 그것이 주민자치의 직접민주주의를 향한 첫 단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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