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동 전교조 인천지부 북부초등지회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육비리가 1200톤급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하지만 교육계 내부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고질적인 비리 관행은 천안함이 인양되더라도 실종자의 희생만 남기듯 몇몇 비리자의 처벌로 끝나고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두고두고 떠오를 교육비리

서울시교육청 산하 현직 초ㆍ중ㆍ고 교장 48명과 퇴직 교장 5명이 학생들을 수학여행ㆍ수련회에 보내면서 버스업체ㆍ여행사ㆍ숙박업자ㆍ대행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전ㆍ현직 교장 104명도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고 한다.

교장들은 수학여행의 경우 2박 3일을 묵게 되면 숙박업소에서 학생 1인당 8000원에서 1만 2000원씩, 버스업체에서는 대당 하루 2만원에서 3만원을 받는 등 전체 비용의 30% 정도를 뒷돈으로 받아왔다고 한다. 서울의 초등학교가 586곳인데 157곳이 처벌을 받았거나 수사대상에 올랐다면 네 곳에 한 군데 꼴이다.

또한 경기 북부지역의 A중ㆍ고등학교와 B, C중학교의 현직 교장과 행정실장, 이 지역 사학재단 등이 교사를 채용하거나 수학여행 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과 향응을 받은 단서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인천의 초등학교에서도 새로 지은 강당이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채 1시간 만에 모두 불타버려 16억여원의 세금이 낭비됐다. 교육청에서는 학교시설 공사비를 빼돌려 등산복과 의류 등을 구입한 공무원이 90여명에 달하며, 이들은 관례적으로 이렇게 해왔다고 한다. 게다가 교장실 호화 리모델링, 연결통로 시설 공사 관련 건물 간 거리 부풀리기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학교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제왕적인 권위를 누리고 있는 현실에서 이것들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비리자 처벌과 교육비리 신고만으로 가라앉혀 놓으니 두고두고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결국 학교장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학교운영위원회 마저 그 심의 권한을 약화시켜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회의록을 위조하는 일까지 생기는 것이다.

교장 선출 방식 변화해야

반면에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학여행을 못 가는 아이들에게 학교장 업무추진비로 지원해주는 학교도 있다. 부평의 한 초등학교에는 세쌍둥이를 한꺼번에 수학여행을 보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한 명만 보내려했으나, 학교장 업무추진비로 반액을 지원해 세 명 모두 참가했을 뿐 아니라 다른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같이 지원을 받았다.

이마저도 지원이 안 되는 대다수의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따뜻한 이야기는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무상급식이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가 되어가고 있지만,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 급식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무상 현장학습과 수학여행이다. 우리는 돈이 없어 수학여행을 못 가는 아이의 심정을 헤아려 본 적이 별로 없다. 예전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수 아이들의 경비를 업체에서 내줘 데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 또한 전체 경비의 인상으로 이어져 개인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지금은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일선 교단의 교육비리 퇴치에 앞장서온 다수의 전교조 교사들을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했다. 그리고 결국 작은 이명박이라 불리던 교육 비리의 수장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이 구속됐고, 장학사와 교감, 교장을 돈 주고 사고파는 일이 비일비재함이 세상에 드러났다. 교장 157명이 수학여행에서 뒷돈을 챙기는 등 교육계에 악취가 진동한다.

대한민국 공교육현장은 교장 선출 방식의 변화 없이는 교장의 권력이 절대화될 수밖에 없고, 교장의 권력이 절대화된 교육계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천안함의 인양과 함께 교육계에서도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만 떠오를 수 있도록, 교육 비리의 근본적인 치유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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