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ㆍ시민단체ㆍ야5당, 4월 임시국회 SSM법 처리 촉구

지난달 31일 아침,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방송된 전북 군산시 슈퍼마켓 서아무개()씨의 사연이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사연인즉, 부부는 군산시 한 동네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했다. 7년 전 회사가 어렵다기에 그만두고 어렵사리 모은 돈을 가지고 슈퍼를 꾸렸다. 하지만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이제 문 닫을 처지에 놓이게 된 것.

군산시 한 슈퍼마켓 부부의 사연, 전국 중소상인들 처지 대변

“가게를 시작하고 3개월쯤 후부터는 빌린 돈을 갚을 목적으로 적금도 부었고, 그렇게 4년여 시간이 흐를 동안 우리 슈퍼는 안정을 찾고 애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지요. 그래서 ‘아이고 그래 이만하면 살만하다’ 하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우리가게하고 가까운 데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는 겁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소식에 우리 부부는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리고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는 얘기는 소문이기만을 바랐지요.

하지만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형마트가 오픈을 했고, 우리가게를 찾던 단골손님들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푹푹 줄어갔습니다. 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흔하게 들고 다니는 대형마트의 봉투를 보면 머리가 다 아프고 애들한테 괜히 짜증내는 일만 많아지고, 이런 제 모습을 볼 때마다 ‘안 되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마음을 다 잡아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대신 어떻게 가게 월세만이라도 밀리지 않으려면, 애들 학원은 그만두게 해야만 했고 자꾸만 줄어드는 소득 때문에 급기야 카드대출까지 받게 되면서 저는 점점 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살아보려고 새벽 2시까지 졸음과 싸워가면서 가게를 지키는 남편에게 차마 먼저 가게 정리하자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데…

이 상태로 쭉 가다가는 빚만 끌어안을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제가 먼저 가게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은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고 제 손을 잡는데, 이번에는 저도 남편 손을 꽉 잡아주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 우리 부부는 가게를 부동산에 내놓았습니다. 아무래도 경기가 좋지 못하고, 우리 가게가 있는 쪽의 상권이 죽어서 그런지 언제 가게가 빠질지 장담을 못할 상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고등학생이 된 아들과 중학생이 된 딸을 위해서라도 빨리 털고 일어나야지요”

벼랑 끝 상인들, 4월 중 2차 궐기대회 “지방선거, 여당 심판”

이 같은 상황은 비단 군산만의 상황이 아니다. 인천, 서울, 부산, 울산,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market)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지 오래다.

지난해 7월 초부터 연수구 옥련동과 부평구 갈산동, 부개동에서 시작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저지 운동은 해가 바뀌어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10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와 올해 2ㆍ3월 임시국회 때 여야가 관련법 개정안 통과를 약속했지만, 이는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아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또, 올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임시국회라 할 수 있는 4월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뒷전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 여야 원내대표들은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합의했으나, 한나라당이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정부 통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 개정을 미루고 있다.

이에 상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3월 25일을 ‘전국상인 공동행동의 날’로 잡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심판을 결의하는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지방선거에서 정부와 여당을 심판할 것을 공식화했다.

여기에 최근 야 5당이 가세해 정부와 여당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ㆍ민주노동당ㆍ 자유선진당ㆍ진보신당ㆍ창조한국당 등 야 5당은 6일 국회에서 중소상인대표단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여당이 적극 나서서 관련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와 관련, 신규철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하고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심판을 결의하는 제2차 전국상인궐기대회를 4월 중에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 뒤 “만일 정부와 여당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미룰 경우 사상 초유의 상인 정치투쟁을 맞닥뜨려야할 것이다. 중소상인들은 올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