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28곳 정부보조금 횡령…아동 수 허위 기재해 급식비 부풀려

“곰팡이가 있는 음식도 ‘불에다 구우면 괜찮다’면서 아이들에게 상한 음식을 먹이라고 시설장이 강요했다” “푸드뱅크 등을 통해 들어온 음식 중 유통기한이 넘긴 음식도 씻어 다시 먹이도록 했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인천 남구 주안동 A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했던 생활지도교사 B(46)씨가 경찰에 털어놓은 A지역아동센터의 모습이다. 정부에서 보조하는 아이들 급식비로 배를 불린 시설장이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의 모습은 참담했다.

인천 51곳 중 28곳, 정부보조금 횡령

인천 남동경찰서는 인천시내 지역아동센터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그 결과를 3월 3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51개 지역아동센터 중 28곳에서 정부보조금 100만원 이상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동구 10곳, 남구 12곳, 부평 2곳, 서구 2곳 등 모두 28곳이 적발됐다. 이 시설들 중에는 특정 종교시설에서 운영하는 시설도 상당수 포함됐다.

적발된 시설들은 아동 수를 허위로 기재해 급식비를 부풀려 타거나 구입하지 않은 식재료를 산 것처럼 영수증을 꾸미는 등의 방법을 통해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에는 170여 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경찰은 사전 조사를 통해 보조금 횡령 등이 의심되는 50여 곳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횡령이 의심된 조사 대상기관 중 절반이 넘는 시설에서 불법이 드러난 것이다.

아동 49명이 이용하는 A지역아동센터는 2007년부터 1명 당 3000원씩 지급되는 급식비 중 1000원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시설장 김아무개(48)씨가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최근까지 무려 1억 2000만원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유아무개(62)씨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2007년부터 2년 동안 1억원의 공금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지역아동센터에 살림도 차려 생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보조금의 지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 40조 위반)로 김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밖에도 시설장 27명과 사회복지사 7명, 공무원 3명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시설장이 공금을 횡령할 수 있도록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로 유통업자 6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평신문>과 한 인터뷰를 통해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급식비, 운영비, 교구 교재비 유용 등의 수법으로 아이들에게 돌아가야하는 각종 복지 혜택이 시설장들에 의해 착복됐다”며 “지역아동센터 외에도 사회복지시설을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면서 보조금을 유용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판단해 사회복지시설로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관계 공무원이 조금만 신경 써도 불법 운영을 적발할 수 있었는데, 묵인하는 경우가 상당수였고 시설을 감싸는 경우도 있었다”며 “특정 종교에서 운영하는 시설도 적발됐는데, 일부 시설에서 종교 탄압이라고 반발해 수사에 애를 먹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역 사회단체, 감시 모니터단 구성 제안

이번 사건에 대해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31일, 자라나는 모든 아동은 사회의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가 있는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표정을 매일 접하는 시설장들이 아이들의 급식비를 가로챘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고 밝혔다.

덧붙여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오로지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으로 헌신해왔지만, 일부 시설장들의 파렴치한 행동은 전체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밝히고, 피의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은 “지역아동센터의 올바른 운영을 관리 감독해야할 공무원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주었다는 점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 충격”이라며, “지역의 시민사회가 참여해 지역아동센터의 올바른 운영을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단을 구성해 운영하자”고 인천시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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