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평아트센터 조경환 관장, “진심이면 통한다”

▲ 부평 아트센터 조경환(49)관장.

"20년 동안 예술경영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예술의 오만함에 대한 자각이었다. 쉽고 안정되게 큰 공연 위주로 진행되는 이미지 마케팅이 아닌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생명력 있는 문화예술 공간 그 자체로서 가슴이 말하는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하려 한다. 부평아트센터의 승부수는 오직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소통뿐이다"


문화의 불모지 부평에서 영국의 에든버러를 꿈꾸는 문화 창조자가 나타났다. 오직 주민과 함께 상생하고 신뢰로 승부하겠다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문화적 열정을 쏟아내고 있는 부평아트센터 조경환(49) 관장. 작은 거인의 모습으로 등장한 그로부터 부평 문화 역사의 한 획이 시작되려 한다.

시민 모두가 함께 나누는 예술

지난 2월 한 달 동안 펼친 ‘포커스 인 페스티벌’이라는 주민 개방형 문화 프로그램의 대성황으로 주목을 받은 부평아트센터가 드디어 4월 2일 개관을 앞두고 주민을 맞이할 준비에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개관 특별 공연으로 마련한 다양한 예술무대의 좌석이 동이 날 정도로 예약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공연의 높은 예술성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듯하다. 묵묵히 열정을 다해 유기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아트센터 직원들의 정성과 땀이 아닐까 싶다.

이런 노력과 열정을 소중히 여기며 아트센터의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충실히 이끌고 있는 조경환 관장. 그가 말하는 공공 극장의 지향점은 바로 ‘모두가 함께 나누는 예술’에서 출발한다.

개관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조 관장의 얼굴은 이미 땀과 열정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더벅머리는 주민과의 소통에 대한 고민의 깊이를 가늠하게 하고, 벌겋게 충혈 된 눈은 아트센터의 문턱을 한 없이 낮추려는 열정을 엿보게 한다. 또한 부르튼 입술은 직원들에게 하는 끊임없는 주문과 격려를 짐작케 한다.

소외됨이 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교감을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아트센터를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은 결코 헛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아트센터의 3대 요소, 스펙터클-판타스틱-미스터리

조 관장은 아트센터 공간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주민이 발 닿는 곳곳 모두가 집처럼 편안하고 따스해야한다는 그 나름의 철학이다. 화장실 인테리어도, 건물 옥상의 층계 하나하나도, 야외 공간까지도 그에게는 모두 주민을 위한 배려의 대상이 된다.

“건물이 완공되기 전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에 빛나는 환한 달을 보며 뭔지 모를 전율을 느꼈다. ‘이 공간 또한 고향에 온 느낌처럼 꾸미면 주민들이 더 없는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구조 변경을 요청하고 인테리어를 갖추면서 그렇게 노을 공원이 탄생했다”

조 관장이 상상하는 아트센터의 창조적 파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야외무대에 조명 분수를 설치해 그 자체로 연인들의 공간을 창조해내고, 잔디공원 주변에 계절 따라 꽃을 심어 자연과 함께 뛰어놀았던 옛 시골길의 향수를 담아낼 예정이다.

또한 관객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LED모니터를 통해 인천의 문화공연 소식을 모두 접하게 될 것이고, 한 층만 올라가면 뮤직비디오를 보며 쉴 수 있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월드뮤직카페를 만날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가 대세이듯이 아트센터 전체가 지역민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되도록 알차게 꾸밀 것이다. 그리고 문화수혜자로서의 주민이 아닌 문화주체자로서의 주인공이 되도록 40개가 넘는 문화아카데미를 개설해 연극ㆍ영화ㆍ드라마ㆍ뮤지컬ㆍ오페라ㆍ문학 등 주민 스스로 공연을 기획할 수 있는 단계까지의 배움 도우미를 자처할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부평이 영국의 에든버러와 같은 문화도시로 성장한다는 것이 스펙터클이고 판타스틱이며 미스터리다.

▲ 4월 2일 공식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정비를 하고 있는 부평아트센터.

 “좋은 사람이 많이 모이면 좋은 극장”

조경환 관장은 언제나 싱글벙글이다. 그만큼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아트센터는 사람으로 가득차야 한다. 만남만으로도 그저 좋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기대가 그를 웃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내 승부수는 오직 주민과의 소통뿐이다. 내가 진심으로 맞이하면 주민들 또한 진심으로 반겨줄 것이다. 특히나 초대 관장으로서 자리에 연연한다는 풍문보다 진실하게 다가서려고 노력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 뒤태가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웃음)”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다. 그는 개관을 앞두고 마치 어린아이가 소풍가는 전날 비오지 말라고 기도하는 것처럼, 시간마다 기상예보에 촌각을 세운다. 그 모습이 정말 바보(?)같을 정도로.

20년 동안 오직 창조적 예술경영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자부심이 있기에, 그는 지금의 아트센터 관장으로 서 있다. 그래서 아트센터의 담백한 캐치프레이즈인 ‘모두가 함께 나누는 예술’이 더욱 진실해 보인다.

그의 취미는 아트센터 벤치마킹이다. 전 세계의 400개 아트센터를 방문해 얻은 정보로 부평아트센터를 공공극장의 롤 모델(=Role model)로 정립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즉, 문턱 낮은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며 주민이 주인이 되는 대표 극장으로 자리매김 해 나가는 게 아트센터의 진정성이라는 것이다.

“첫 접점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곧 처음의 이미지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처음 만나는 안내데스크부터 마지막 나가는 출구의 직원까지 유니폼․배지를 통일시켜 친절한 이미지와 작은 부분까지 배려하는 마음으로 관객을 대할 것이다. 시행착오가 생기면 사랑의 채찍으로 과감히 매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조 관장이 말하는 아트센터의 지향점이 다소 추상적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공공극장일지라도 수익과 연계가 안 되면 임계점에 도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손익분기점 분석과 치밀한 계획으로 이 부분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안산문예의전당 공연기획팀장으로 근무할 때 모두가 만류했던 자체 기획공연으로 3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을 지양하고 기획력을 배가시켜 지역주민과의 연결점을 찾았던 것이 성공의 열쇠가 돼준 것이다. 초대권 없는 유료공연의 원칙으로 예술가와 경영기관, 관객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배울 수 있었다”

경험이었다. 그만이 가진 차별화된 노하우 그 자체였다. 누구보다 문화계 인사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조 관장의 인적네트워크가 그 빛을 발하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재미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감동이 흐르는 아트센터의 소박한 일상을 보듬어가고 있는 조경환 관장. 시작이 반이라 했듯이 벌써 그의 입담 안에서 10년 후의 아트센터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첫 개관 공연이 될 금난새의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 과감히 바꾸었다는 그의 대담함은, 아트센터가 인천을 넘어 전 세계 문화를 선도할 ‘신세계’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를 표현해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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