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자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장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는 지금의 생활이 전 세계에서 많지 않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까?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국가에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유엔에서는 1967년 세계물평화회의, 1972년 국제연합 인간환경회의, 1977년 국제연합 수자원회의를 개최했다. 또 1981년에는 ‘국제 식수공급과 위생에 대한 10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제사회는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유엔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CED(=국제연합 환경개발회의)의 권고를 받아들여 그해 11월에 열린 제47차 국제연합총회에서 먹는 물 공급과 관련된 문제들을 인식하고, 수자원 보존과 먹는 물 공급의 중요성을 알리며 정부·국제기구·비정부기구·민간부분의 참여와 협력을 증진시키고자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선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부터 물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푸른 별 지구는 대부분 물로 덮여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바닷물로,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인류가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기껏해야 2.5%정도. 그것도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빼면 전체 수자원의 1%에도 못 미친다.

급속한 기후변화는 물의 순환 과정을 왜곡시키고 빙하를 녹여, 높아진 해수면은 연안지역의 지하수를 염수화하면서 깨끗한 수자원을 더욱 줄어들게 한다. 이후 벌어질 한정된 수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도 걱정되는 재앙이다

현재 세계 인구증가와 대규모 이동, 도시화, 기후변화, 사막화, 가뭄, 토지의 질 저하와 토지 사용 증가 등은 암담한 미래가 개선되리라는 희망마저 말려버리고 있다. 실제로 전체 물 사용의 약 3분의 2가 농업용수인데, 인구가 늘수록 식량 충당을 위한 농업용수 사용량도 가파르게 동반 상승할 것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방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바이오연료 생산의 증대도 해결책이 못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물 부족 사태를 심화시키는 다른 원인으로 떠올랐다. 바이오연료 1리터를 만들어내는 데 1000∼4000리터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바이오연료 생산이 또 다른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물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깨끗한 물 수요가 점점 커지면서 이제 물은 21세기의 새로운 석유로 등장할 전망이다. 물도 이제 값비싼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85%가 건조한 지대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10억명 이상은 깨끗한 물에 전혀 접근할 수 없는 형편이다. 9억명 이상이 안전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25억명 이상은 안전한 하수설비를 갖추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30년이면 전 세계에서 39억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봤을 때 당장 물 한 방울이 귀한 아프리카 빈민은 선진국 주민보다 수십 배나 더 비싸게 물을 사고, 물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들은 물을 거저 얻어가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물발자국’이다. 생산과정에 쓰인 물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국가별 물 수입·수출량도 알게 되고 물발자국을 알게 되면 생산과정에 사용되는 물을 조절하게 된다.

물발자국이란 어떤 물건 하나를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을 리터로 환산한 것이다. 이는 소비하는 곡물의 양, 계란의 수, 고기와 과일 소비량, 하루 중 마시는 커피의 양과 제품 소비액 등 사용량에 실제 눈에 보이는 물의 사용량을 합해 구한다. 한 개인이 사용한 물의 총량이 즉 물발자국의 크기인 셈이다.

2007년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1년 동안 한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국제규격 수영장의 절반(=1179㎥)을 채우는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왔다. 우리가 양치질 한번 할 때 흘려보내는 수돗물의 양은 약 6리터. 난민촌에서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쓰는 물의 양보다 많다. 화장실 변기 물을 한 번 내릴 때 쓰는 물은 약 15리터로 아프리카의 한 가족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을 정도다.

안전하지 않은 물을 마시는 데 따른 사망자 수는 전쟁으로 인해 죽는 사람보다 10배 이상 많다. 매년 8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설사와 콜레라,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또 전 세계 질병의 약 80%가 더러운 물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인간은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30일 동안 버틸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못하면 고작 1주일을 버틸 수 있을 뿐이다.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에 내가 남긴 물발자국의 크기를 최소한으로 줄여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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