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는 세상, 사회적 경제] 자활공동체서 사회적 기업으로, (주)청소사랑

“자활공동체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할 때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믿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꿈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고, 같이 꿈을 꾼 사람들은 스스로를 믿기 시작했다”

자활공동체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 김용한 주식회사 청소사랑 대표이사는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 설립’ 등 지방자치단체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학교청소와 건물청소 등의 용역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구 전동에 위치한 주식회사 청소사랑(대표이사 김용한·41)은 2009년 5월 정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인증을 받는 것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따로 있었다. 청소사랑은 2007년 8월 ‘서해환경’으로 출발했다. 그 서해환경의 모태가 된 곳이 바로 자활공동체다. 김용한 대표이사는 인천중구지역자활센터의 센터장이기도하다. 그는 사회적 기업 전환을 위해 1년 여간 구성원들과 쉼 없는 대화를 나눴다.

재활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다들 처지가 어렵다. 생계가 곤란한 수급권자다. 아이 넷 있는데 이혼 뒤 살길이 막막해진 여성, 남편이 갑작스런 사고로 생계가 딱해진 사람…. 자본주의 시장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자활센터고, 자활센터는 그들의 자활을 돕는다.

김용한 대표는 “자활센터에 온 사람들로 자활공동체를 꾸린다. 자활공동체 사업이 (최대) 3년 지나면 이들은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한다”고 한 뒤 “청소사랑은 자활공동체 사업으로 청소용역 일을 했던 수급권자들이 중심이 돼 만든 기업이다. 처음에는 개인사업체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자활센터에서 청소용역 일을 배운 4명의 수급권자는 어렵사리 자본금 1200만원을 모아 청소사랑의 전신인 서해환경을 만들었다. 다행히 이 때 마이크로크레딧(=사회 취약계층 대상 무담보 신용대출)을 실시하는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50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자활공동체에 있는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수급권자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내가 수급권자를 벗어나 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다들 정말 자신 없어 한다. 그런데 그 네 명이 용기를 내 이 일에 도전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청소용역서비스로 일자리를 창출

자활공동체를 벗어나 회사를 창업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자활센터에서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독자생존 방안을 모색해야하는데, 모두들 겁을 냈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던 것.

당시 김용한 자활센터장은 그들의 자신감을 심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지금은 주식회사 청소사랑의 대표이사와 과장, 주임이 된 수급권자들이 마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청소하나 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자금을 마련해 서해환경을 만들긴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규모가 영세한 터라 번번이 입찰에서 고배를 마셔야했다. 회사를 만들긴 했지만 영업, 회계, 경영 등 회사 운영 전반에서 미숙한 점이 많았다.

사업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진전을 보이지 않고 제자리를 맴도는 듯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청소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분이 있어도 제도화된 시장의 벽은 높았다.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던 중 사회적 기업이 눈에 들어왔다. 김용한 대표이사는 이를 두고 “‘줄탁동시’였다. 뭔가 안에서 고민은 쌓여 가는데, 해결 방법이 없을까 하고 다들 고민하던 중 사회적 기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1년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자신감과 더불어 비전이 중요했다. 청소서비스 하나 만큼은 이미 인정받은 터라 회사의 비전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면 무엇이 장점이고 무엇을 키워야하고,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1년 동안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가치와 민주적 운영방식을 공부했다. 그런 뒤 사회적 기업 전환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자 시장에서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다. 전에는 영업상 면담 후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 특수한 경우였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호감이 확산되면서 다음날 꼭 다시 만나자고 연락이 오게 된 것. 동시에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에 대한 존중이 크게 높아졌다.

김 대표는 청소사랑을 두고 “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중성세제를 사용해 청소한다. 물로 인한 세균번식과 2차 오염을 막고, 아토피와 천식의 주원인인 강산성세제와 유기용제, 염소소독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천연지방산계 중성세제와 안전한 살균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 청소서비스를 통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 설립 등 뒷받침 필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뒤 전보다 반응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규모는 영세한 편이다. 청소사랑은 사회적 기업 인증을 얻은 뒤 올해 초 비전수립을 위한 수련회를 열었다.

수련회는 청소사랑의 두 번째 담금질이었다. 김 대표는 “구성원들과 토론을 통해 10억 자본금 조성과 300명 고용을 목표로 확정했다”며 “또한 수련회가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됐다. 40년 넘는 인생을 살면서 수련회가 처음이라는 분, 펜션이 처음이라는 분들이 울먹이면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청소사랑 역시 청소용역시장에서 경쟁해야한다. 아무리 가치와 명분이 좋다고 해도 결국은 서비스 질로 판가름 나게 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다 보니 당연히 생산하는 제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이 우선 경쟁력을 갖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한 뒤 “다만 사회적 기업이 태동기다 보니 경영, 회계, 법률, 노무 등의 영역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 설립과 인재 양성을 위한 지역 대학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 기업은 경상비를 제외한 수익의 3분의 2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게 법으로 돼있다. 청소사랑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지난해 뚜렷한 수익은 얼마 없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전환 전에 청소사랑은 이미 지역아동센터에 공간을 제공했다. 김 대표는 “올해 수익이 나면 우리도 당연히 그것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하고, 인증 전에도 그렇게 했던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밀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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