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퇴임 교장ㆍ고위공무원, 교육계 대상 업종 취업 논란

청소년수련원장이 된 전직 교장, 전 직위 내세워 영업

교육계 비리가 연이어 터지며 정부가 교장재산등록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초·중·고등학교의 일부 교장들이 퇴임 후에도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수련원·방과후학교 운영 업체·납품업체 등 교육계 대상 업체에 취업해 전직 직위를 이용,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부평지역 초·중학교 교사와 인천지역 교육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부평의 A초등학교 퇴임 교장인 C씨는 2007년 퇴임 후 경기도 소재 청소년수련원에 원장으로 취업했다.

C씨는 전직 교장을 내세워 영업하고 있다. A초등학교는 2007년과 2008년 2년 동안 C씨가 취업한 청소년수련원으로 심성수련을 다녀왔다. 2010년에도 이 수련원으로 심성수련을 다녀올 계획이다.

이 학교 교사 D씨는 “수련원 시설이 열악함에도 2년 동안 해당 수련원으로 심성수련을 갔다 왔다”며 “시설도 열악하고 2년 동안 다녀왔기 때문에 2009년에는 다른 곳으로 심성수련을 다녀왔다. 하지만 올해 또 심성수련을 이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련원을 선정하는 데 당연히 전 교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냐”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부평의 B초등학교도 2010년 심성수련을 C씨가 원장으로 있는 이 수련원으로 가기로 했다. 시설도 안 좋고 해서 교사들 사이에서 여러 말이 나왔으나, B초교는 수련원과 가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학교 교사 E씨는 “학교 관리자 중 한 명이 C씨와 함께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거절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전 교장의 직위를 이용해 이렇게 영업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수련원 관계자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C씨는 원장이며 한 달에 한 번 출근하기 때문에 만나기 어렵고, 연락처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밝힌 ‘2007~2009년 인천지역 초등학교 심성수련(=극기훈련) 실시 현황’자료를 살펴보면, C씨가 취업한 해당 수련원으로 심성수련을 다녀온 부평지역의 초등학교는 모두 6곳이다.

전직 교장들의 단체, 방과후학교 수탁운영 논란

퇴직 교원들의 인천지역 모임인 F단체가 방과후학교를 위탁받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F단체는 퇴직 교원들의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교육계에선 실질적으로는 교장 출신들의 모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는 인천지역 일부 초·중학교의 방과후학교를 위탁받은 후 기간제 강사들을 모집해 운영해 돈을 벌고 있다. 전직 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학교의 위탁업체 선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방과후학교 업체 선정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학교도 있다. 2009년 부평의 G중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고 이 단체와 위탁운영 계약을 먼저 체결했다는 민원으로 북부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이 학교 학교운영위원은 “단체가 운영하는 것은 맞지만, 강사들을 뽑아서 운영하는 것이라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단체 관계자가 남는 것이 전혀 없다고 설명하긴 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초·중학교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현황’자료를 살펴보면, 이 단체는 5개 학교에서 위탁받아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퇴임 후 교육계 대상 업종 취업 금지 등 제도개선 필요

인천지역은 아니지만, 퇴직한 고위 교육공무원이 가구납품업체 대표가 돼 교육청 소속 교육행정직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3월 18일 ‘교육비리 추방과 맑은 교육을 위한 교육비리 시민 고발대회’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가 밝힌 교육청 비리 고발 사례를 살펴보면, 2008년 경기경찰청 조사 결과 서울교육청 소속 교육행정직 약 40명이 학교가구 납품과정에서 서울의 지역교육청 관리국장 출신 가구업체 대표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적발됐다.

공무원노조 교육청본부는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약 20명의 교육청 공무원을 징계대상자로 교육청에 기관 통보했으나, 교육청은 경고 등 가벼운 징계조치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사건의 전모가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퇴임한 교장과 고위 교육공무원이 학교나 교육청 대상 납품업체나 방과후학교 업체, 수련원 등에 취업하면서 자신의 전 직위를 이용해 돈벌이는 하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한 금품과 향응 제공 사건도 발생하면서 개선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비리 시민 고발대회에서 ‘교육비리 추방과 맑은 교육을 위한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교육청 관료나 교장의 퇴임 후 교육계 대상 업종 취업 금지 ▲퇴임 후 5년 이내 학교나 교육청 대상 사업체에 취업하거나 종사할 경우 연금 지급 중단 등을 제시했다.

임병구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교육계의 여러 비리 사건으로 교육계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며 “비리의 오해 소지가 없도록 고위공무원이나 교장은 퇴임 후 관련 업종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안에도 각종 업체 선정이나 예산 관련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나 기구를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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