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만송 취재부장

▲ 한만송 <부평신문> 취재부장.
민중의 지팡이 경찰은 요즘 정신이 없다. 각종 사건사고를 처리해야 하고 대통령이 언급한 지역토착비리 척결을 위해 정보활동도 해야 한다. 일제검문도 나가야한다. 여기다 최근에는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도 벌여야한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최근 5년 동안 교통사망사고가 8.5% 감소했으나, 3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은 62.3% 증가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전체 사망사고의 약 17%인 1000여명에 달해 갈수록 음주운전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난해 12월에 밝힌 바 있다. 그러며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법질서 확립과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음주운전 근절 대책을 수립, 적극 시행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은 약 7000억원, 전체 교통사고 손실비용 중 14%를 차지할 정도로 음주운전의 폐해는 심각한 수준인 게 사실이다.

경찰이 음주운전을 근절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이 바로 1000만인 서명운동이다. 강 청장의 ‘음주운전 근절 원년 선포’와 ‘1호 서명’으로 시작된 서명운동은 3개월 동안 진행된다. 이 서명운동은 경찰관서와 기업체 홈페이지 등을 통한 ‘사이버 서명’을 병행하고 있으며, ‘TV 공익광고’ 등 적극적 홍보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도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부평경찰서도 4일 부평역 2층 개찰구 앞에서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다. 경찰관과 모범운전자, 녹색어머니회원 등 50여명이 참석해 홍보물을 나눠주고 5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에 앞서 3일 삼산경찰서도 부평문화의거리에서 결창서장과 경비교통과장을 비롯한 경찰관 10명과 모범운전자회, 녹색어머니회 등 협력단체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명운동을 벌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음주운전’을 검색하면 경찰서별로 진행한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 관련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왠지 씁쓸하다. 과연 1000만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할 것인가 보다는 이 서명운동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낼지가 궁금하다. 발상치고는 엉뚱하고 구시대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애써 하는 일에 딴지 걸고 싶은 마음은 절대 아니다. 엄청난 후과를 경험한 음주운전자가 또 음주운전을 하는 마당에, 서명한다고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까?

차라리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면 영원히 운전을 못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서명운동으로 음주운전이 근절될 수 있다면 흡연과 불법 성매매 등도 서명운동으로 근절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빈정거림도 들린다.

게다가 시민들에게 음주운전의 폐해를 알리고 환기시키는 것은 좋지만, 민생치안에 전념해야 할 경찰관이 대거 동원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하나의 전시성 행정으로 인해 경찰이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소홀해지는 건 아닌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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