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ㆍEU FTA 있어 개정 어려워…4월에 정부 방안 낼 것”
중소상인대표단 “명백한 후퇴, 개정안 무산되면 지방선거 심판”

대형마트 규제는 대통령 권위 깎아내리는 것?

유통산업발전법 개정과 프랜차이즈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 논의가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국무총리실로 일원화된 뒤 중소상인대표단과 첫 간담회가 열렸지만, 서로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3월 3일 열린 간담회에 총리실에서는 김호원 총리실운영실장과 산업정책관실 박동일 과장이 참석했으며, 지식경제부와 중기청에서는 김종호 지경부 유통과장, 김일호 중기청 소상공인지원과장, 정기환 중기청 SSM TF팀장이 참석했다.

중소상인대표단으로는 이휘웅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대표와 최극렬 전국상인연합회장,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연합회장, 인태연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협상대표, 신규철 ‘사업조정 신청지역 전국연석회의’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국무총리실은 4월 중에 정부의 중소상인 대책 방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4월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조인식을 앞두고 있어 규제 법안을 만드는 것은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중소상인대표단은 “명백한 후퇴”라며 임시국회를 열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 시킬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개정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6월 지방선거에서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총리실은 중소상인 대책의 쟁점사항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대해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어, 정부가 전적으로 안을 만들어 법안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통합안을 만들어 당정 협의를 거치더라도, 국회에서 조정 과정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뒤 “4월에 한-EU FTA 조인식을 앞두고 있어 규제 법안을 만드는 것이 부담되며 이 대통령이 G-22회의에서 ‘보호무역을 자제하고 규제를 개혁하자’고 제안해 세계 정상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은 상황에서 규제 강화를 의미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대외적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중소상인대표단의 3월 임시국회 처리 요구에 대해서는 “3월 임시국회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4월 임시국회도 6월 지방선거로 파행이 예상되나 4월에 맞춰 정부안을 만들겠다”고 한 뒤 “정부 안이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중소상인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중소상인대표단의 일원인 인태연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협상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 통상과 관련해 국내 교수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문위원 등이 WTO(=세계무역기구)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유무역의 종주국이자 전도사인 미국조차 규제하고 있지 않냐?”며 “그런데 대형마트 규제가 이명박 대통령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이 대통령과 정부 고위공직자가 한국이 아니면 대체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고 공직자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정부, “프랜차이즈 SSM 규제 반대”

지식경제부는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프랜차이즈 육성방안을 발표했고 여기에 프랜차이즈 SSM을 포함하고 있어 프랜차이즈 SSM을 규제 대상(=사업조정 신청과 허가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 측은 “중소상인도 특화와 전문화가 발전 방향이므로 체인화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며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해 운영하는 형태도 있으므로 위탁운영 방식의 프랜차이즈도 편법이 아니다. 가맹점은 인정해야하며 가맹점주로 사업조정 신청인을 우선하고 현재 슈퍼를 운영 중인 상인으로 하면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가맹점주는 중소기업자이므로 사업조정 신청대상이나 규제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반면 중소상인대표단은 편의점 1만 2485개 중 위탁가맹점은 21.5%에 불과하고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30만여개 중 위탁운영 방식은 5% 수준이라며, “모든 가맹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 포함시키면 안 된다는 정부의 논리는 허구”라고 비판했다.

중소상인대표단은 “우린 모든 가맹점을 포함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SSM 가맹점 중에서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위탁가맹점만을 포함시키자는 것”이라며 “기존 점포가 자구책 차원에서 대기업의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므로 상인들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소상인대표단은 또, 정부가 아무리 전통상업보존구역을 허가제에 준하게 운영할지라도 가맹점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허사에 그친다며 “가맹점을 사업조정 대상으로 하자는 ‘상생법 개정안(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발의된 만큼 이를 처리할 것 요청한다”고 밝혔다.

중소상인대표단, “중소상인 보호대책에 상점가 포함해야”

두 번째 쟁점은 ‘규제대상 구역에 상점가를 포함할 것인가’이다.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허가제를 도입하는 대신 강력한 등록제를 시행해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해 중소상인을 보호하겠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중소상인 보호대상에 상점가를 포함시키고 거리 제한도 1㎞로 하는 지식경제위원회의 안은 전체를 허가제를 하자는 것이므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는 더 후퇴 해 전통시장만으로 한정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전체 4328개의 상점가를 포함시키는 것은 어렵고 전통상점가로 한정해 몇 개가 가 능할지는 좀 더 연구해봐야 한다며, “전체 상점가를 포함시키는 것은 너무 심한 규제다. 대형마트와 SSM의 거리 제한을 (각각 1km와 500m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상인대표단은 여전히 프랜차이즈 SSM을 포함한 허가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보호대상도 전통시장을 넘어 상점가까지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표단은 “지방에서는 500m나 1km라는 거리제한이 별의미가 없다. 현행 개정안은 대형마트에는 거의 효과가 없고 그나마 SSM 정도만을 규제하는 것일 뿐”이라며 “상점가를 포함시키지 않으려면 차라리 거리를 2km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표단은 또 “전체 상점가가 4300여개 된다지만 상인회를 갖춘 상점가는 338개뿐이며 지자체에 등록된 상점가는 188개에 불과하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전통상점가라 는 개념으로 상점가도 전통상업구역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이날 정부 부처 관계자와 중소상인 대표단이 진행한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정부 측 안을 내올 예정이다. 핵심 쟁점사항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과 프랜차이즈 SSM의 규제 대상 포함 여부에 대한 의견이 이처럼 크게 엇갈려, 정부 안이 나오더라도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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