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국방부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산곡3동에 있는 가칭 부영공원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낡은 담장이 보기에도 안 좋고 무너질 위험도 있어 부평구가 보기 좋고 안전하게 정비하겠다며 국방부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는데, ‘불가하다’고 회신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답변의 요지는 이렇다. 해당 부지가 산림청 소유이지만 담장은 자신들이 설치한 시설물이고, 산림청과 작성한 ‘국유재산 무상 사용승인 상호 합의각서’에 근거해 ‘담장을 관리 유지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담장 철거를 반대하는 근거가 부족했던지 ‘담장 철거 시 폐기물 무단투기나 무질서한 공원 이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군 68경자동차부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 후 2002년 구가 조건부 사용 승인을 받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그 후로 인근의 많은 주민들이 쉼터로, 운동공간으로 애용하고 있다. 부지 안에는 야구장과 축구장도 있어 생활체육인들의 방문도 많다.

군부대가 떠난 이후 국방부는 사실상 담장뿐 아니라 공원 부지를 관리하지 않았다. 이에 붕괴 위험이 있고 도시미관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담장을 철거해달라고 인근 주민들은 수년 동안 요구해왔다. 2005년에는 주민들이 ‘부영공원 가꾸기 시민모임’을 만들어 스스로 공원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보였다.

최근에는 이곳에 멸종위기 보호종인 맹꽁이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돼 구가 보호 펜스도 설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산곡3동 주민센터가 희망근로 사업을 통해 공원 안에 있는 일부 산책로를 정비하고 배수로를 설치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담장 철거 시 폐기물 무단투기나 무질서한 공원 이용이 우려된다’고 밝힌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이다. 낡은 담장으로 가려져있어 오히려 폐기물 무단투기와 무질서한 공원 이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담장을 아예 없애겠다는 것도 아니다. 구는 예산 5000만원을 투여해 투시형 펜스 등으로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국방부가 이렇듯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빨리 부지를 매입하라는 요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방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부지 매입을 요구해왔으며, 이 부지가 1986년에 도시계획시설(=공원)로 결정돼 있는데도 민간에게 매각하려 하기도 했다.

구와 인천시는 재정여건 때문에 당장 부지를 매입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 또한 이곳 공원부지는 미군기지가 반환되면 함께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주민들이 공원처럼 이용하고 있는 부지를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자는데, 이를 극구 반대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국방부가 아님을 자처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도심 속 군부대로 인해 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감내하면서 살았다. 토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에게 이 공간을 개방한 것은 그 보상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주민들의 공간이 된 곳을, 주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얼토당토아니한 핑계로 막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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