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인, ‘프랜차이즈 SSM 사업조정 대상 제외’ 행정심판 청구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상인들이 거리로 나와 단식투쟁을 전개하고 촛불을 들고선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게 무섭긴 무서운 모양입니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엄청난 경찰병력을 배치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중소상인들은 오늘 촛불을 다시 들 겁니다”

지난 22일 오후 7시 전국상인연합회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조정 신청지역 전국연석회의’.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등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기로 한 ‘대형마트·SSM 규제와 중소상인 살리기 서울 촛불문화제’는 경찰의 사전 봉쇄로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이에 상인들은 24일 오후 국회 앞 여의도 광장에서 다시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이미 22일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해 촛불문화제를 원천 봉쇄한 경찰이 이번에도 촛불문화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경우 촛불문화제를 둘러싼 논란은 시민사회진영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 22일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지 못하자 중소상인들은 인근 청계천 광통교에서 촛불을 밝혔다. 중소상인들이 경찰에게 촛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촛불을 든 팔을 청계천 쪽으로 내밀고 촛불을 밝히고 있다.

중소상인 대표단은 “우리는 다시 촛불문화제를 연다. 중소상인 생존권 대책을 외면하고 SSM 허가제를 반대하는 정부여당을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 550만 자영업자들과 함께 3월에 총궐기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상인들은 이날 올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심판에 돌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22일 행사 시작 전 청계광장은 이미 경찰병력과 경찰버스 등으로 완벽하게 차단돼 있었다. 촛불문화제를 위해 모여든 상인이 100여명에 불과한 반면 경찰은 시청 인근부터 청계광장은 물론 청계천 광통교까지 가득 메우고 있었다.

당초 종로경찰서는 촛불시위가 아닌 촛불문화제를 허락했으나, 서울시경찰청이 촛불문화제마저 완전 봉쇄키로 하면서 청계광장 일대에는 경찰병력만이 가득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조차 ‘오늘 무슨 훈련인가?’, ‘대규모 집회라도 있는 건가?’ 수군거리며 지날 정도로 이날 청계광장을 에워싼 경찰병력은 중소상인 수보다 10여배에 달하는 대규모였다.

인천에서 올라온 한 시민단체 회원은 “정말 놀랬다. 이렇게 상인들이 작은 촛불문화제를 하는데 저렇게 많은 경찰이 배치돼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숱한 집회현장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2008년 광우병 사태로 촛불에 덴 현 정부가 촛불이라면 지레 겁을 먹고 과잉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청계광장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된 중소상인들은 청계광장에서 200여m 떨어진 광통교 위에서 촛불을 하나둘 켜기 시작했다. 하지만 촛불은 5분 남짓 불을 밝혔을 뿐 이내 경찰들에게 짓밟히고 말았다.

이날 중소상인들은 끝까지 촛불을 지키려고 광통교 난간에서 촛불을 든 손을 청계천 방향으로 내밀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하라’, ‘프랜차이즈 SSM 규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경찰이 진압에 나서자 주변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신규철 공동집행위원장은 “경찰이 그러는데 ‘어떻게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 생각을 했냐’고 하더라. 청계광장 촛불은 그만큼 이명박 정부에 치명적이고 의미심장한 곳”이라며 “22일 촛불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촛불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들불처럼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상인, ‘프랜차이즈 SSM 사업조정 대상 제외 결정’ 행정심판 청구

▲ 22일 청계광장에서 열기로 한 상인촛불문화제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된 뒤, 중소상인들은 조계사로 옮겨 촛불문화제를 대신했다. 상복을 입은 중소상인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촛불을 들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중소상인대표단이 일주일 째 단식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농성장인 중소기업중앙회에는 정치인들의 지지방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1일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방문한 뒤 22일 오후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농성장을 방문해 “SSM 허가제 도입과 중소상인 생존대책 마련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소상인대표단은 한나라당에 정몽준 대표와의 간담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한나라당에서는 대표를 대신해 김성조 정책위원회 의장이 상인들을 만나도록 주선했다.

이에 대해 중소상인대표단은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고 4대강 정비 사업을 강행할 때 그 기백은 다 어디 갔냐? 한나라당이 결국 중소상인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대리인을 내세워 면피하려는 것 다 알고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으로써 민생을 외면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더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중소상인들은 프랜차이즈(=가맹점) 방식의 편법 SSM을 사업조정 신청대상에서 제외한 중소기업청의 처분에 대해 그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상인들이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은 사업조정 신청지역에서 ‘SSM 개점을 허용하되 품목 일부를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사업조정의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서초1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고미정씨는 “사업조정이 쓰레기봉투와 담배 판매금지다. 쓰레기봉투 우리 안 팔아도 상관없다. 쓰레기봉투 한 가정에서 1년에 얼마나 사용하나? 그런데 그게 사업조정이라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행정심판 청구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황희석 변호사는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으로부터 위태로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장기적인 공존관계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출자금액, 이익배분율 등의 계약관계를 보면 삼성테스코가 해당 가맹사업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므로, 상생법이 정한 사업조정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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