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학습 교재비로 옷장·냉장고 구입
교장 ‘경고’ㆍ행정실장 ‘주의’ 처분 계획

인천북부교육청이 최근 논란을 일으킨 ‘호화 교장실’과 관련해 감사한 결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예산 심의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교장실을 리모델링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교재나 교구 구입에 써야할 예산으로 교장실 옷장과 냉장고 등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북부교육청은 이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이 ‘절차를 잘 몰랐다’는 이유로 경징계에도 못 미치는 경고와 주의 처분할 계획이라 솜방망이 처분 논란이 일고 있다. 북부교육청은 마음대로 사용한 예산도 회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부교육청 감사팀이 2월 3일 밝힌 부평 A중학교 교장실 리모델링 관련 조사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학교는 1월 4일부터 18일까지 총1649만 2000원의 예산으로 교장실을 리모델링했다.

이 가운데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고 집행한 예산은 1422만 3000원. 이 중 인테리어 건축공사비로 1168만원을 들여 교장실 출입문과 창문, 바닥을 교체했다. 이와 함께 교장실 외벽을 목재로 장식하고 그림을 전시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254만 3000원으로는 바닥 난방공사와 조명공사를 실시했다.

이 공사비는 지난해 추진하려다 취소한 농구장 폴리우레탄 조성 예산 1000만원과 지난해 지출하고 남은 시설보수비 1569만 8740원을 합친 것이다.

또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면서 교수학습활동비 중 226만 9390원을 교장실 옷장·장식장·수납장·냉장고 등 새 집기를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교수학습활동비가 학생들의 교재나 교구를 구입하는 용도로 쓰이는 예산임에도 교장의 개인 집기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 학교 예산 92만원으로 교장실 옷장과 가구 1종을 구입하고도 이번에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또 새 집기를 구입했다.

북부교육청 감사팀은 개교 5년차밖에 안 된 학교에서 예산을 편성하지도 않고 운영위원회 심의 없이 교장실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하는 등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했기에 교장을 ‘경고’ 처분할 계획이다.

또한 관련 규정과 지침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시행해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는 이유로 이 학교 행정실장을 ‘주의’ 처분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교에는 교장실 새 집기 운영계획서를 수립해 관리하라며 ‘시정’ 조치할 계획이다.

북부교육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최희동 전교조 인천지부 초등북부지회장은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교사들에게는 ‘해임’ 등의 중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교장실을 호화스럽게 만들려고 절차도 무시하고 학생들의 교재비인 교수학습활동비까지 손을 댄 교장에게 ‘경고’ 처분한다는 게 형평성이 있냐”며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현경 인천시 교육위원회 부의장은 “관리자의 잘못으로 학교 재정에 손실을 가져왔다면 당연히 변상 책임도 물어야한다. 이번과 같이 문제를 덮기 위해 솜방망이 처분을 해선 재발 방지를 할 수 없다”며 “교육청도 관리감독 소홀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개선안을 조속히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박난서 북부교육청 교육지원과장은 “교장과 행정실장이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하고, 학교 예산을 횡령한 것이 아니기에 중징계할 사안이 아니”라며 “학부모의 민원이 있다고 모두 중징계하면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전에 있던 물품을 버리거나 한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 다 사용하고 있어 예산을 회수 조치할 사안도 아니기에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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