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두현진 부평5동

부평에 사는 김영곤, 김동애 교수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8월쯤이다. 촛불집회 열기가 뜨거웠던 여름,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매주 토요일 촛불평화미사를 봉헌했는데,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 후 그들이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그곳에서 생활한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1년 넘게 농성한 사실을 알고 약간 놀랐는데, 지금은 2년이 넘었다. 그들은 비정규 교수 즉, 대학시간강사들의 법적 교원 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육십이 가까운 나이에 그들은 왜 추운겨울 천막에서 밤을 지새우는 걸까? 무엇이 그들을 힘겹게 싸우도록 만드는 걸까?

대학 정규직 교수 6만여명의 두 배가 넘는 13만 5000여명의 비정규 교수들은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학점도 준다. 정규직 교수와 똑같을 일을 한다. 그러나 실제 생활은 하늘과 땅 차이다. 우선 정규직 교수들이 억대 연봉을 받지만 비정규 시간강사들은 평균 연봉이 990만원이다.

강의료는 시간당 4만원 안팎, 방학 때는 아예 받지 못한다. 4대 보험 혜택도 없고 연구실도 없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노동관련법에 의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

여기에다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 다음 학기 강의를 맡아 달라는 연락이 오지 않으면 자동해고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학습을 지도할 안정된 공간도 없는 시간강사들은 스스로 ‘보따리 장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때문에 대학시간강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기도 하다.

김영곤 교수는 자신이 경험한 대학생들의 생활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학점을 걸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한 학기 동안 단 한 명의 학생도 질문이 없었다면 믿을 수 있습니까? 학생들에게 사고와 표현, 실천이 순환하지 않으면서 사고의 정체로 이어집니다” 주입식 교육이 대학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대학재단을 재벌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당국의 통제를 받는 강사는 재벌 입맛에 맞는 교육만 하게 됩니다. 현실을 말하는 순간 강의에서 잘리고 정규직 교수 임용 가능성은 사라집니다. 사회비판적 강의를 못하는 대학의 현실은 학문을 죽게 만들고, 학문이 죽은 한국의 미래는 암울합니다” 결국 대학 강사의 신분 불안이 수동적인 강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의 대학 등록금은 연간 150만원이 넘지 않는다. 한국은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이제 우리 모두의 사회문제가 됐다.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립대학 누적 적립금이 6조 8503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는 걸까? 김영곤 교수는 초·중학교 운영위원회처럼 학부모와 주민이 대학 운영에 참여해 민주적으로 대학 재정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900일 가까이 국회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동애, 김영곤 교수가 바라는 대로 과연 대학 강사가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

대학 시간강사들이 법적으로 교원자격을 잃은 것은 1977년이다. 박정희 유신정권은 자신을 비판하던 젊은 지식인들을 제도권에서 쫓아내기 위해 교원 지위를 박탈했다. 이어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에서는 강사 3명을 전임교수 1명으로 인정해줘 시간강사를 양산했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의 낡은 법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2009년 12월 정기국회에서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교원 지위 회복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이전에도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을 비롯해 여러 국회의원들이 시간강사 교원 지위 회복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제화되지 못했다. 대학당국들의 로비에 밀렸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학당국의 압력 때문인지, 비정규교수노조는 농성하는 두 교수를 돕지 않고 있다고 한다. 노조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추운겨울 얇은 천막에서 밤을 새우는 노교수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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