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안전한 밤길 되찾기 운동 벌여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살인 등의 흉악범죄가 빈번한 것이 ‘밤늦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길거리를 나다닌’ 여성들 때문일까?
최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연쇄살인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여성들 스스로 ‘안전한 밤길 되찾기’ 운동에 나섰다. 지난 13일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는 ‘달빛 아래 여성들이 밤길을 되찾는다’는 제목으로 여성들의 게릴라시위(달빛시위)가 벌어졌다.
여성주의 웹진 언니네(www.unninet.co.kr)가 제안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주관으로 여성민우회, 서울여성의전화 등 총 8개 여성단체 400여명이 참여했다.
최근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 최근 일어나는 범죄는 특별한 동기가 없고, 범행이 손쉬운 여성들을 주된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찰이 내놓는 대책이라고는 ‘노출이 심한 옷은 삼가라’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는 등, 모든 원인을 여성 개인에게서 찾고 있다. 이러한 대책은 여성들을 주눅들게 하고 활동 폭을 좁힐 뿐이다.
이날 ‘달빛시위’ 참자가들은 이 같은 현실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의 보도태도를 개선할 것 △남학생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할 것 △정부가 치안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 낭독을 시작으로 광목천을 두르고 손전등을 든 채 구호를 외치며 인사동과 종로 거리를 행진했다.
‘달빛시위’는 지난 1973년 독일에서 연쇄 성폭력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처음 시작됐으며, 이후 벨기에, 영국, 미국, 캐나다, 대만, 호주 등으로 확산돼왔다.
이번 행사를 제안한 ‘언니네’ 대표 조지혜씨는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력과 살인의 희생자가 돼 인간의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데다가, 마치 여성이 범죄를 불러온 것처럼 매도돼 왔다”며 “이번 행사는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회복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행사를 마련한 여성단체들은 “최근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 일부 언론이 ‘아담한 여성’ ‘흰 옷 입은 여성’ 등 표적이 되는 여성들에 대한 추측성 기사를 남발해, 결과적으로 여성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피해를 입지 않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며 “여성들에게 밤길을 되찾아주자는 것은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범죄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여성의 일상이 범죄의 위협으로 인해 얼마나 위축되고 통제돼왔는지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13일 행사를 시작으로 전국의 성폭력상담소 등이 중심이 돼 전국 동시다발로 열리는 ‘달빛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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