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SSM ‘사업조정’ 지식경제부에 달려
정부 방침 당분간 유보…중기청, “지경부와 협의해 대책마련”

▲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농성 중인 중소상인들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숨 돌린 중소상인, “불씨는 여전”

중소기업청장, 지식경제부장관 면담과 프랜차이즈 SSM(=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조정 포함 등을 요구하며 2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농성을 시작한 중소상인들은 27일 중기청장과 면담이 성사되자 농성을 풀고 면담에 응했다.

‘사업조정 신청지역 전국연석회의’와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은 27일 중기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사업조정 신청지역의 대기업 SSM들이 중기청과 지자체의 ‘사업 일시 정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편법을 동원해 개점을 시도하고 있다며, 각 지역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중소상인들은 대기업이 편법을 동원하고 중기청의 일시정지 권고마저 무시한 채 개점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구, 중기청이 이를 방치하고 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프랜차이즈 SSM 확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소상인과 중기청장의 면담 내용을 종합해보면, 상인들은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이에 중기청장은 “어려움에 처한 중소상인들의 의견을 고려해 지식경제부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소상인들은 프랜차이즈 SSM을 사업조정 신청대상에 포함할 것과 대형마트와 SSM 입점 허가제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중기청장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은 지식경제부 소관’이라고 밝힌 뒤, 일부지역에서 프랜차이즈 SSM을 개장하려고 하면서 나타난 사례에 대해서는, “모든 가맹점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할 순 없다. 다만 사업조정 신청지역의 프랜차이즈 SSM에 대해서는 상인들의 의견을 고려해 지식경제부와 협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간판을 자체적으로 철거한 갈산동점의 모습. 현수막 너머로 파라솔에 비닐을 두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상인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관련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프랜차이즈 SSM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발표는 사실상 유보된 셈이다. 지식경제부의 유권해석만이 남은 것.

인태연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특위 부위원장은 “정상적으로, 그러니까 가맹점주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에는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 안 된다는 얘기”라며 “편법을 동원한 사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아직 해결된 것은 없다. 그래서 이번 지식경제부의 유권해석이 이명박 정부의 ‘민생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결정은 당분간 유보됐으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이제 키는 지식경제부로 넘어간 셈이다. 그래서 중소상인들은 중기청장과 면담 후 지식경제부를 방문해 지식경제부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중소상인 보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신규철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만일 지식경제부와 중기청이 변종 SSM이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등 대기업 편들기만을 계속 고집한다면 우리는 이번 농성보다 더 강력한 물리적 투쟁으로 응답할 것”이라며 “민생정책은 정치적 쇼가 아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서민 살리기 정책은 바로 유통재벌들로부터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상인들과 면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소상공인 정책과제’ 발표를 통해 사업조정제도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했다.

중기청은 “27일부터 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대기업이 SSM을 기습 개점하더라도 90일 이내에 사업조정 신청이 가능해졌다”며 “또한 대기업 등이 일시정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강행하는 경우 그 권고대상이나 내용을 공표할 수 있게 돼 ‘일시정지 권고’ 이행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ㆍ부개점 스스로 ‘개점 유보’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이 간판을 철거하면서 유리창에 붙여 놓은 안내문. 글 맨 아래 '프랜차이즈 갈산점 점주 배상'이라는 문구가 이채롭다.

프랜차이즈 SSM이 편법을 동원한 변종 SSM이라며 상인들이 중소기업중앙회 농성에 들어간 뒤, 26일 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사업조정 신청지역으로 묶인 부개동과 갈산동점의 간판을 스스로 철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은 갈산동점 간판을 내리면서 프랜차이즈 갈산점 점주 이름으로 ‘고객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프랜차이즈 갈산점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개점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부개동점도 마찬가지다. 간판을 이미 내린 상태고 매장 안엔 아직 물품이 남아있다. 연국흠 부개동대책위 대표는 “간판을 내리기에 확인했더니, 본사에서 지시가 있었다면서 물건도 곧 빠질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본사 관계자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매장에 붙은 공고 내용대로 개점이 보류된 상태”라고 밝혔다. 유보 기간과 사업 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업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고 기간을 정하진 않았지만 당분간 유보하는 것”이라고 한 뒤 “간판을 내린 것은 유보상태에서 간판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사업조정 관련 당국과의 사전조율 유무에 대해서는 “그런 조율은 없었다. 본사 자체 결정사항”이라고 일축했다.

부개동대책위와 갈산동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응호 민노당 부평구위원장은 “일시정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슴없이 개점했던 게 엊그제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상황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프랜차이즈 SSM 사업조정 대상 포함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변함없는 목표다. 오히려 다른 숨은 의도가 있을 것 같아 여러 갈래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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