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유권해석’ 최대쟁점…“올 지방선거 상인들이 심판할 것”

프랜차이즈SSM 대상 국내 첫 사업조정 신청

연말과 연시를 폭설 속 농성장에서 보낸 인천 갈산동 상인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프랜차이즈SSM(=프랜차이즈 기업형 슈퍼마켓)을 상대로 한 사업조정을 중소기업중앙회에 신청했다. 프랜차이즈SSM을 상대로 한 사업조정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상인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해 중기청이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최초로 일시정지 결정을 내린 곳이다. 이후 곳곳에서 사업조정 신청이 뒤따랐으며, 대부분 사업조정 지역이 일시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후 사업조정 행정업무 중 일시정지 결정과 자율조정 등의 일부업무가 중기청에서 광역지자체로 이관 된 뒤에도 이 같은 양상은 비슷하게 전개됐다.

이처럼 국내 곳곳에서 사업조정 신청이 이어지면서 SSM사업 확장이 어렵게 되자 재벌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가장먼저 프랜차이즈SSM 사업을 도입했다. 그 뒤 GS리테일과 롯데쇼핑 등이 프랜차이즈SSM 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해 SSM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일시정지 결정은 프랜차이즈SSM으로 전환할 경우 효력이 없다며 매장 개업을 서둘렀다. 그렇게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순식간에 국내 첫 프랜차이즈SSM으로 떠올랐다.

사업자를 바꿔 프랜차이즈SSM을 개장하려 했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시도는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상인들은 지난해 27일부터 지금까지 릴레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31일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 조항 쟁점

상인들이 프랜차이즈SSM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하면서 사업조정 관련 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은 유권해석을 높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프랜차이즈SSM을 상대로 한 사업조정 신청 ‘가능 불가능’에 대한 중소기업중앙회와 중기청의 유권해석은 올 유통업계 최대 이슈이자, 이명박 정부의 민생을 가늠할 수 있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중기중앙회는 갈산동 상인들이 제출한 사업조정 신청서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중이며, 국내 첫 사례인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 후 상인들이 신청한 사업조정이 타당하다고 여겼을 경우 중기중앙회는 이를 다시 중기청에 제출한다.

사실상 최종 결정은 중기청이 내리게 돼 있는 셈이다. 그래서 중기청 또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법률’ 제9조가 명시하고 있는 ‘대기업의 실질적 지배관계’에 대한 유권해석을 놓고 면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조정을 신청한 상인들은 프랜차이즈SSM이 대기업인 삼성테스코의 실질적인 지배관계에 있으므로 사업조정대상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상인들은 삼성테스코가 프랜차이즈사업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를 근거로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라는 것.

사업조정 신청대상에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를 가늠하는 최대 쟁점은 두 가지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시행규칙 제9조의 2, 2항에는 실질적 지배관계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 조항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그 중소기업의 주된 사업 및 영업활동 또는 거래의 주된 부분을 위임받아 행하고 있는 경우’를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사업조정신청지역전국연석회의 신규철 공동집해위원장은 “삼성테스코가 제출한 정보공개서를 보면 홈플러스 가맹본부가 영업이익의 54~58%를 가져가고, 판매 상품·용역에 대한 결정, 가격 결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며 “가맹점주는 속칭 ‘바지사장’에 불과하다. 그리고 가맹점주는 건물주와 홈플러스의 계약여부에 따라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계약해지까지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은 출자총액에 관한 규정이다. 동법 제9조의2, 3항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그 중소기업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자산을 대여하거나 채무를 보증하고 있는 경우’를 실질적 지배관계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신규철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보공개서에 가맹본부가 점포임차비용, 점포 내⋅외장 공사, 영업용 판매장비⋅설비⋅비품을 부담하고 가맹점주는 1억9천8백만원을 부담한다.”며 “홈플러스 관계자가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만 봐도 80평 표준형이 약 10억 여원 규모다. 갈산동은 임차비용만 2억2000만원이다. 즉,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출자총액의 약 3~4배가 넘는 자본구조다. 당연히 사업조정 신청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올 지방선거 상인들이 심판에 나설 것”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프랜차이즈SSM 사업전환 발표 후 다른 SSM도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SSM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24일 GS마트도 100평 이하 규모의 가맹점사업을 하겠다고 공정위에 정보공개서를 제출했다. 또한 국내 약 1만2천개 가량 되는 편의점들도 올해부터 평수를 늘려 SSM 가맹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했다.

또한 최근 롯데마트가 출점한 ‘마켓999’ 는 슈퍼와 생활 잡화를 융합한 새로운 업태를 진출시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지역 상인들이 이를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했지만 중기청은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SSM이 여러 가지 형태로 세를 확장하는 동안 관련 제도나 법의 정비는 늦어지고 있어 중소상인들은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유통재벌들이 앞으로도 사업조정제도와 유통산업발전법상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SSM을 도입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상인들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상 사업조정 신청대상을 정하고 유통산업발전법 상 규제 대상을 정할 때 업태와 형태에 관계없이, 해당 사업이 사실상 대기업의 사업인지 아닌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특위 인태연 부위원장은 “이번에 정부가 프렌차이즈SSM을 사업조정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전국의 84곳에 대한 SSM 사업조정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며 “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직영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뒷북 법률이 되고 만다. 그만큼 이번 유권해석은 자영업자의 생사가 걸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래서다. 중기청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과 면밀한 법적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정부여당은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가맹점을 포함한 허가제’로 개정해야 한다.”며 “만일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할 경우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민생을 ‘거짓 민생’으로 규정하고 올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정부와 여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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