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가 상정한 부부강간죄 신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 이하 변협)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 중 ‘폭행을 수반한 부부강간죄’ 신설에 대해 16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성변호사들이 “부부강간죄는 용서가 가능한 단순 폭력이 아니라 방치할 경우 자녀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하고 상습적인 폭력에 대한 것”이라며 “여성 변호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단체들도 변협의 이러한 의견에 대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변협은 국회법사위가 의견을 물어온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에 대한 의견에서 “법률상 혼인관계 있는 자들 사이에 폭행을 수반한 강제적 성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폭행을 수반한 강제적 성행위’라는 개념이 너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협이 “부부는 본래 성을 매개로 결합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므로 어떤 사정으로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해도 그들 사이의 성 문제를 쉽게 형사문제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으로 구성된 여성인권법연대와 전국 130여 개 성폭력상담소로 구성된 전국성폭력상담소 보호시설협의회는 18일 “부부성폭력 처벌과 피해자 인권보호에 역행하는 대한변협 의견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여성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는 남편의 재산으로 보았던 19세기 이전의 여성 인권 유린적 시각을 적용한 시대착오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변협은 개정안에 포함된 성폭력 전문조사관 제도 도입에 대해 “성폭력범죄는 일반적인 범죄로서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할 만한 소양만 갖추면 되지 전문적 지식이나 특수한 수사기술을 요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일반적 범죄와 달리 성폭력 범죄의 경우 수사, 공판과정에서의 피해자에 대한 2차 폭력이 매우 심각하게 문제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기법의 개발, 수사 공판 전담관제도 등의 도입은 피해자의 인권보호, 법적 판단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은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법사위에 상정됐다. 이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부부간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격을 보호하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가정 내 성폭력에 대해 법조계의 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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