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계양산 지키기에 상금 기부한 ‘그린동아리’ 학생들

▲ 그린봉사단의 박홍신, 진한승, 이준경, 이재명 학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환경봉사활동을 하면서 받은 200만원의 상금을 계양산 지키기에 써달라고 기증한 11명의 부평지역 고등학생들이 화제가 됐다.(관련기사 2009.11.3.) 그 주인공인 ‘그린동아리’ 회원 중 진한승(진산고 2년), 박홍신(세일고 2년), 이준경(부광고 2년), 이재명(부광고 2년) 학생을 11월 7일 (주)부평신문사 사무실에서 만나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고, 어떤 마음으로 계양산 지키기에 상금을 기부했는지를 들어봤다.

현재 11명의 부평지역 고등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는 ‘그린동아리’는 ‘인천청소년그린봉사단’에 소속된 환경동아리다. ‘인천청소년그린봉사단’은 초·중·고등학생의 생태계보전과 환경 감시활동, 인성교육과 장학사업,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그린동아리 학생들은 굴포천·장수천 등 인천의 5대 하천을 돌면서 수질 측정과 보전, 정화활동을 해왔으며, 군부대와 연계해 폐타이어 처리하기, 원적산이나 계양산에서 뿌리가 돌출 된 소나무에 흙 덮어주기를 하는 등 한 달에 1~2번씩 꾸준히 환경정화활동을 했다. 태안반도 기름 제거활동에도 동참했다.

이 학생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나 그린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각양각색이다.

이준경 학생은 친구의 소개로 고교 1년부터 ‘그린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고교 1년부터 동아리활동을 시작한 이재명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굴포천 주변의 환경이 오염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조부모가 사는 시골에 아파트가 들어서 환경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며 열 살 차이가 나는 동생에게는 깨끗한 환경을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비염이 심했던 진한승 학생은 인천의 대기오염도가 전국 최고라는 신문기사들을 보고 왜 그럴까, 궁금증을 가지게 됐고 환경보전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으로 고교 1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초교 6년 때부터 환경봉사활동을 해온 박홍신 학생은 한강하류에서 철새에게 모이를 주는 봉사활동을 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고,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심각한 환경오염을 보면서 활동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린동아리 회원들은 모두가 각종 환경 관련대회나 자원봉사대회에서 상을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활동을 해왔다. 지난 3월 열린 ‘국제환경탐구올림피아드’에는 두 팀이 출전해 한 팀은 동상, 다른 한 팀은 장려상을 받았다. 박홍신·진한승 학생이 함께한 팀은 인천의 산에 많이 퍼져있는 외국산 유해식물들이 토종식물을 잠식시키는 모습을 보고 유해식물을 알리는 보고서를 제출해 동상을 받았고, 김정규·이준경 학생이 함께한 팀은 하천 수질오염이 인간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 장려상을 받았다.

이들은 수질오염에 인간의 염색약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염색약을 얼마나 쓰는지 설문조사도 하고, 직접 성남시의 모란시장에 가서 생물을 사고 염색약으로 실험도 해봤다.

이들이 계양산을 지키는 데 써달라며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에 기부한 200만원은 ‘제3회 청소년 행복나눔자원봉사대회’에서 은상과 함께 받은 상금이다. 이에 앞서 박홍신 학생은 푸르덴셜생명이 주관하는 ‘전국 학생 자원봉사대회’에서 받은 상금 50만원을 계양산 지키기에 써달라며 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계양산 지키기에 상금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환경봉사활동을 하는 이유와 시민단체가 계양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산에 올라가 정화활동을 했지만, 시민단체들처럼 큰 기업에 맞서 싸울 수는 없기에 상금을 기부해 돕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침 롯데가 3명의 시민단체 간부들에게 소송을 건 상황이라 소송비로 쓰이도록 기부했다. 3명의 간부들이 우리의 의견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는 마음이 크다”

4명의 학생들 모두 내년에는 고3이 돼 동아리 활동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대신에 후배들을 양성하려고 계획 중이다. 또한 환경을 지키는 활동을 꾸준하게 지속할 마음이다.

이재명 학생은 “그린동아리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환경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느낀 점이 많다”며 “고3이 되면 활동을 많이 못하겠지만,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항상 환경보전에 대해 알려나갈 것이고 동생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도 “동아리 후배들이 환경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물려줄 것이고, 우리가 활동했던 곳이 깨끗하게 보전돼 후대들이나 자식들에게 우리 활동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끝으로 이들은 “계양산 지키기에 상금을 기부한 것은 계양산에 골프장이 들어서 산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 계양산이 잘 보존돼서 건강하게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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