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교사 “원생과 함께 있고 싶다” ↔ 시설장 “원생들이 결정한 것이다”

▲ Y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부 장애인들이 11월 4일 시설 출입구에서 전씨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나가란 마리(말이)야” “우린 당신 싫어”
“왜 싫어요?”
“그냥 싫어”
“복직을 했으니, 법적으로 시설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됩니다”
“우린 법과 상관없이 이 사람이 싫어, 싫은데 이유가 어디 있어” “우린 끝까지 당신 못 들어오게 할 거야”

약 3년 동안 장애인생활시설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벌여 복직이 결정된 생활재활교사 전계성(45․여)씨는 오늘(11월 4일)도 출근하려다 시설 앞에서 자신을 막고 있는 장애인들로 인해 출근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Y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6~7명은 출입구 앞에 서서 전씨가 시설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전동휠체어를 탄 K씨(43)는 “왜 출입을 막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고, “그냥 싫다”며 막무가내로 출입을 막았다.

전씨는 첫 출근날인 지난 2일부터 경찰을 대동해서야 시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4일 에도 경찰을 대동해 시설 안으로 들어갔지만, 일부 생활인들이 전씨를 밖으로 끌어냈다. 전씨의 가방을 밖으로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가을비가 내리는 이날 전씨는 자신의 오랜 일터에서 쫓겨나 밖에서 서성거릴 수밖에 없었다.

Y시설은 1976년 인가를 얻어 현재 70여명의 지체장애인과 뇌병변 장애인의 생활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생활재활교사는 남성 방에 8명과 여성 방에 6명이 가각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전씨는 2007년 4월, 3년 동안 일해 온 Y시설에서 해고통보를 받았고, 해고의 부당함을 호소한 전씨는 대법원으로 복직판결을 받고 지난 2일 첫 출근했다. 인천 사회복지 분야에서 해고자가 복직한 것은 첫 사례다. 그러나 약 3년 만에 찾아간 직장에서는 전씨를 반기지 않았다.

전씨는 2004년부터 이곳에서 생활재활교사로 일했다. 그해 전씨는 원생들이 다투는 것을 말리는 과정에서 정신지체 1급 원생을 구타했다는 이유로 시설 측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또한 전씨는 2007년 3월 야간 근무시간에 사지마비로 거동이 곤란한 뇌병변 1급 장애인이 화상을 당한 것을 발견하고 간호사의 지시 없이 물집이 터진 상처 부위를 가위로 자르고 상처를 소독한 후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감아주었다가 인사위원회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전씨는 ‘원생들을 구타한 적이 없다’며 법원에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3년 만에 승소했다. 더욱이 시설 측은 전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지만, 전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법적 소송을 통해 복직하게 됐지만, Y시설에서는 전씨의 출근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시설장과 생활교사의 통제를 받아야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전씨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지만, 시설장과 관계자들이 이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4일 기자와 경찰관이 현장을 방문했음에도, 시설 관계자들은 “장애인들이 싫어하는데, 우리라고 어쩌느냐”며 중증 장애인들의 행동을 사실상 방치하는 분위기였다.

▲Y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부 장애인들은 전씨가 그냥 싫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시설장 B씨의 주선으로 중증장애인들과 기자들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매일 밤마다 회의를 통해서 결정한 것이고, 우리는 전씨가 다시 들어오는 것이 싫다”며 강하게 거부감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우리는 법은 모른다. 근무태도가 맘에 안 든다. 살다보면 싫어지면 그럴 수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시설에서 이들을 종용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B씨는 “원생들이 자신들이 회의를 통해서 결정한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물리력으로 몰아붙일 수 있냐”면서, “출근 저지에 어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증장애인들의 이런 반응은 전씨가 갑자기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설명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B씨는 “입소자 대표에게 얘기했고, 그들이 민주적으로 결정했다”고만 말했다.

일부 원생들, 전씨에게 반가움 표시...'정말 원생들이 회의해 결정했나?' 의문

하지만 이날 일부 중증장애인들을 출근하려는 전씨에게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드는 등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해 전씨의 출근을 막는 일부 장애인들과 원생들이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는 시설장의 말에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복지분야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인천지역 A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시설장 등과 마찰을 빚으면 사회복지계에서는 재취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폐쇄성이 있다”면서, “법정 투쟁을 통해서 복직이 가능했지만, 시설생활인이 반대하는 경우는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며,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장애인에게 시설장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 시설장의 의중이 중요한데, 시설장의 의중이 장애인에게 전달되지 않았나 의심스럽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박준복 정책국장은 “사회복지계에서 첫 복직 사례인 만큼 시설과 복직자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 불미스러운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법인의 시설장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하고, 생활재활사도 사명감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며, “법인이나 시설 종사자는 전씨에 대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야 생활인들의 복지도 향상될 수 있다”면서, “시설이 전씨 문제를 방치하면 오히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씨는 “시설에서 복직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마음이 아프지만 어렵게 돌아온 직장인만큼 버티면서 이겨내야 할 것 같다”고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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