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중매’프로젝트 ‘문화로가게’ 오픈

인천에서 13년 동안 시민문화예술단체 활동을 하며 최초로 ‘문화수용자’운동을 시작하고 자체의 힘만으로 소극장 ‘아트홀 소풍’과 시민문화동아리들의 연습공간인 ‘놀이터’까지 만들어내는 사고(?)를 쳤던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대표 임승관)가 또 엄청난 일을 시작했다. 

자칭 문화예술‘중매’프로젝트라는 ‘문화로가게’의 문을 연 것. 8월 한 달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9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문화로가게’는 문화로 나누는 행복한 가게를 뜻한다. 지역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예술적 능력이나 장비, 공간 등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며 아름다운 지역공동체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문화로가게는 돈을 주고 사고파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손님과 손님이 나눔으로 문화예술을 사고파는 것을 추구하며, 이를 중매하는 중매쟁이 역할을 한다. 공연할 무대가 필요한 손님에게는 다른 손님이 가지고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강사가 필요한 손님에게는 문화예술능력을 가지고 있는 손님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로가게는 손님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모집하고 있다. 문화예술분야를 전공했거나 활동 중인 예술인 중 공연ㆍ강습ㆍ강의 등 여러 형태의 나눔방식으로 보람 있는 만남을 찾고자 하는 개인이나 동아리ㆍ단체는 ‘고마운 손님’이라 칭한다.

뜻 깊은 행사를 기획하거나 소외된 이웃과 함께 문화로 행복해지기 위해 고민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반가운 손님’, 개인적 취미나 특기를 살려 멋진 삶을 만들기를 바라며 관객이 원하면 어디라도 마음을 내고 공연하고 싶어 하는 개인이나 동아리ㆍ단체는 ‘멋있는 손님’이라 일컫는다.

마지막으로 문화로가게의 좋은 취지에 물질ㆍ재정적으로 후원하고 싶어 하는 개인이나 단체ㆍ기업은 ‘따뜻한 손님’이다. 손님과 손님의 만남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20%를 문화로가게에 기증하면 되고, 그 기금으로 문화의가게는 운영된다.

큰 꿈을 꾸는 문화로가게는 사실 작은 것에서 시작됐다. 기증받은 악기는 있지만 가르칠 강사가 없는 신명보육원 아이들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가 이 사연을 여기저기 알렸더니 9명의 전문예술인이 악기 강사가 돼주었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 아이들을 가르친 강사와 그 가르침에 행복해하는 모습에 감동을 얻고 문화로가게를 만들게 된 것이다.

문화로가게는 ‘아팅(arting)’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하고 있다. 이 단어는 사전에는 없는 말로 예술이라는 ‘아트(art)’에 접미사 ‘ing’를 붙여 새롭게 만들어 낸 단어다. 예술 하기, 행동하는 예술을 말하며 예술로 만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감동을 창조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든 문화예술행위를 통칭한다고, 문화로가게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 문화로가게는 문화예술로 나눔을 실천하길 원하는 손님들을 모집하고 있다. 홈페이지(www.arting.or.kr)나 전화(032-523-8017)를 통해 문화나눔기증서를 작성하면 된다.

문화로가게 최경숙 점장은 “문화예술로 마음을 팔고 사는 가게가 과연 흑자경영을 할 수 있을지, 비싼 물건을 부자들한테 많이 팔아야 하는 세상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장사를 하겠다는 가게가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다”며 “하지만 벌써 자신의 예술 능력을 나누고 싶다는 사람과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의 공연장을 제공하겠다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이 문화나눔기증서를 작성했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문화로가게를 통해 인천시민 모두가 행복한 문화로 가게 되길, 돈이 아니어도 행복한 세상으로 가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로가게에 대한 설명회와 기증서 전달식 등이 진행되는 문화로가게 1차 나눔행사는 9월 29일 오후 8시 아트홀 소풍에서 열릴 예정이다.

▲ 지난 9월 5일 아트홀소풍에서 열린 ‘2009 음악으로 꿈꾸기’에서 신명보육원 아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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