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체계 개편의 핵심은 재정 기초한 지방분권”

누굴 위한 지방행정체계 개편인가?

인천뿐만 아니라 전주-완주, 남양주-구리, 안양-군포-의왕 등 곳곳에서 지방행정체계 개편 관련 통합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지방행정체계 개편 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는 빠진 채 주로 행정구역에 대한 개편 논의만 전개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 실시 15년을 맞이한 한국사회는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여전히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에 머물며 재원 대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존한 채 겨우 연명하는 처지의 지방자치는 최근 지방행정체계 개편 담론에 말려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현재 중앙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개편론은 대체로 도를 폐지하고 시․군을 통합하는 것이다. 즉, 현 행정계층 단위인 ‘광역시도-시군구-읍면동’을 1단계 감축하기 위해 도를 폐지하고, 수개의 시․군을 통합해 적정한 규모(인구 100만~150만)로 광역화하며, 읍면동을 준 자치단체화 한다는 것.

이 방안은 소위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안)으로 불리는 것으로, 현 16개 광역시ㆍ도를 없애고 이를 40~70개 통합광역시로 다시 분할하는 개편안이다. 이렇게 되면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ㆍ군의 기능은 사라지게 된다. 결국 16개 광역시ㆍ도가 사라진 자리에 탄생한 통합광역시가 분할된 ‘도’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와 관련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광역시ㆍ도가 사라지게 되면 기존 광역시ㆍ도가 지닌 기능을 바로 국가가 흡수하게 된다. 그게 바로 신중앙집권이다”며 “결국 지역공동체의 해체와 정체성의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한 뒤, “일본이나 독일은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방정부를 강화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해 핵심적인 요소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기능분배 내지 기능재분배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행정계층문제와 행정구역 개편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1991년부터 지방자치시대가 열렸지만 사실상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있다. 권력의 근간인 입법ㆍ사법ㆍ행정의 모든 권한이 사실상 중앙정부의 몫이다. 지방자치를 담보할 지방재정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재정구조는 2008년 현재 여전히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대 2’이며, 전체 재정의 54%이상이 중앙정부 예산이고 지방정부 재정은 35%수준이다.

이와 관련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박준복 위원은 “정부와 국회 등 중앙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개편론의 본질은 사실상 중앙정부의 권력을 강화해 중앙정부와 국회가 정치권력ㆍ경제권력ㆍ입법권력 등 모든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지방분권)하는 방향에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 거기에 지방세와 국세 비율 조정문제까지도 포함돼야 하는데 알맹이는 쏙 빠져있지 않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풀뿌리지방자치를 위해서 기초단체는 주민과 더욱 밀접해야한다. 행정기관이 주민과 가까울수록 좋은 것이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통폐합하면 지역공동체는 더욱 파괴된다”며 “주민편익이라고 하는 입장에서 분할 또는 통합을 검토해야하고 읍면동의 주민자치기능은 더욱 강화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시군 자율통합과 5+2는 신중앙집권 포석”

중앙정치권의 이 같은 지방행정체계 개편 흐름은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구상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5+2 광역경제권’은 서울ㆍ경기ㆍ인천을 묶어 수도권 권역, 대전ㆍ충남ㆍ충북을 충청권, 광주ㆍ전남ㆍ전북을 호남권, 부산ㆍ울산ㆍ경남을 동남권, 대구ㆍ경북을 대경권으로 해서 5대 광역경제권으로 설정하고, 강원도와 제주도를 각각 2대 특별광역경제권으로 두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광역경제권에는 정치ㆍ경제적 권한이 없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속빈 강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인하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이기우 교수는 올해 초 이 같은 구상에 대해 “정부가 제시한 ‘5+2 광역경제권’은 경제단위는 묶어 놓고 정치권력은 결국 중앙에서 다하겠다는 방안”이라며 “핵심인 정치권력이 빠져 있어 이 안에서는 지역정치단위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중앙정부 의존성은 여전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광역경제권으로 묶는 방안이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기 위해서는 자치정부를 두고 그에 맞는 권한을 주어 책임 있는 지방자치를 실현케 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 오히려 중앙정치권의 논의처럼 ‘도’는 사라지고 40~70개의 통합광역시도만 난립해 지자체간 갈등만 부추길 가능설이 높다.

이와 관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경제블록만 형성해 놓고 정치권력은 중앙이 다 갖겠다는 발상이라 대단히 위험하다. 결국 중앙정부 의존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지역이 경쟁력을 갖으려면 인구 1000만~1500만 단위의 블록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블록의 지방정부가 정치ㆍ경제ㆍ예산 등의 영역에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래서 최근 중앙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지방행정체계 개편 흐름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알맹이 없는 ‘5+2’가 신중앙집권의 큰 그림이라고 한다면, 시ㆍ군 자율통합을 통한 통합광역시 구상 방안은 바로 신중앙집권으로 가는 사전포석에 해당한다. 결국 지방정부는 예산배정을 놓고 혈투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인천시? 아니면 서울시 인천구?

아울러 16개 광역시도지사들이 모여 ‘최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광역단체인 시ㆍ도를 배제한 채 큰 그림도 없이 시․군의 자율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사실도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반기를 든 것이라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인일보> 보도를 종합해 보면, 안상수 인천시장 등 전국 시도지사 9명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된 한나라당과의 연석회의에 앞서 지방행정체제개편 관련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날 안상수 시장은 “전국을 60~70개로 만들면 지방이 중앙에 예속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앙에서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한 뒤 “미래는 도시와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은 큰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아 동의를 해야 할지 등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인데 국가의 지도자인 시도지사한테 상의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5+2광역경제권’과 지방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해 인천의 입장도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 됐다. 기존 광역경제권 구상에는 인천이 경기도나 서울로 편입하게 돼있는 것. 게다가 이 같은 논의가 인천의 구성원을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고, 일부 행정전문가들도 인천을 제외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병호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지방행정체계 개편의 핵심은 지방분권의 강화다. 즉,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헌데 논의가 자꾸 지방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고 이를 중앙정치권이 부추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5+2(광역경제권)의 경우도 인천을 경기도나 서울에 편입하려는 것은 문제다. 오히려 인천의 항만과 공항 등 물류, 제조업 등 산업기지, 개성공단과 서해평화협력지대 등을 놓고 봤을 때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편입이 아니라 ‘500만 인천경제블록’으로 블록화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천과 인접한 도시가 지닌 지리․정치․경제․역사적 공통분모와 특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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