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계류 중 ‘체불임금 민사소송’도 유리…사측 ‘상고’ 가능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929일째 복직투쟁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콜트악기지회(지회장 방종운) 20여명의 조합원에게 14일,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안영률 부장판사)는 14일, 콜트악기 사측이 ‘부당해고 판정이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07년 사측의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중앙노동위원회의 손을 들어준 것.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이 2007년 단행한 정리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이에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은 2008년 10월 ‘콜트악기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해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 고등법원 판결에서 다시 뒤엎어진 것이다.

콜트악기 사측은 2007년 4월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인천공장(부평구 갈산동) 노동자 160명 가운데 56명을 정리해고 했다. 이에 노조는 부당해고라고 맞섰으며, 회사는 집기를 다 들어내며 공장을 아예 폐업상태로 끌고 갔다.

이후 노조는 ‘부당해고’와 ‘위장폐업’에 항의하며 콜트악기 공장 안에 천막농성장을 꾸려 8월 14일 현재 992일째 농성하고 있다.

사측 대법원 상고 가능…“뒤집기는 어려워”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도 유리한 '승소'판결

이번 판결로 콜트악기 노사 간 소송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판결로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것인지, 아니면 대법원에 상고할지 사측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는 당연한 결과라며, 사측이 이를 받아들여야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일 노조 조직부장은 “행정법원(1심)에서 졌을 때 낙담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누가 봐도 뻔한 부당해고라 승소할 줄 알았다. 900일 넘는 농성에 한 줄기 빛”이라며 “이제 복직절차만 남았다”고 말했다.

콜트악기 사측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를 통해 “아직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전달받지 못했다. 내부 방침은 세워져 있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인천 노무법인 태일 유명환 노무사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1심에서 지고 2심에서 뒤집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중요한 판결로 남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사측은 상고를 할 수 있다”며 “판결문을 받은 날로부터 2주 내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데 통상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민사소송 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측이 대법원에 상고한 뒤 대법이 고법과 마찬가지의 결정을 내려도 사측이 복직을 거부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이는 솜방망이 처분에 불과해 민사소송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콜트악기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를 신고한 것과 동시에 인천지방법원에 사측을 상대로 ‘체불임금 지급과 해고무효’ 민사소송을 냈다. 인천지방법원은 올 5월 14일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사측은 다시 고법에 항소했다.

이와 관련, 인천지방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심리를 하는 게 아니라 1심과 2심 판결의 법률적 해석이 옳은지 그른지 만을 판결한다. 이 경우 사측이 상고를 해도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라며 “이번 판결문은 또한 증거자료로 가치가 매우 높다. 민사소송에서 노조 측에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사측은 용역업체 직원들을 고용해 농성장을 두 차례나 부수고 합법 공간인 노조 사무실마저 난입해 집기를 부수는 행패를 부려 지역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또한 당시 노조로부터 신변보호와 시설보호 요청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삼산경찰서 경찰은 노조사무실 집기 등을 부수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이를 방치해 ‘형사상 직무유기’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