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정책국장

정부, ‘취업 후 상환 대출제도’ 추진

2003년 265만 4000원이었던 국·공립대 평균 등록금은 2008년 416만 9000원을 기록했다. 이 5년 사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545만 2000원에서 738만원으로, 192만 8000원이 올랐다.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월 가구소득의 2배가 넘는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3.0%인데 비해 국·공립대 등록금은 3배인 9.12%를 기록했다. 사립대 등록금도 연평균 물가 상승률의 2배인 6.18%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7월 30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라는 걸 발표했다. 졸업 후 취직해 일정기준 이상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소득 연계형 대출 방식(ICL)’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많은 부담을 주는 현재의 등록금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찬성하고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 기존의 복지 지원은 포기하고 모든 등록금 부담을 취업 후 소득에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등록금 인상에 대한 보완책이 없다면 그야말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장학금·이자’ 지원 중단

이번 제도의 문제점은 우선 그동안 정부에서 시행했던 무상 장학금 지원과 금리 지원을 중단한다는 데 있다. 정부의 등록금 정책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무상 장학금을 지원하고, 소득에 따른 이자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계층별 소득에 비해 높은 등록금 자체에 대한 문제 해결 의지 없이 이자 지원만으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근본대책 없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시행하면서 이 지원마저도 없애겠단다.

이마저도 없앨 경우 계층별로 실제 부담해야할 학자금 이자 지원이 줄거나 이자 지원이 없어져 장기적으로 부담해야하는 상환금은 증가한다. 대출과 동시에 이자가 발생함에 따라 졸업 후 미취업 상태가 길어질수록 대출이자가 불어나는 것이다.

또한 실제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명문대 진학률이 낮고, 그에 따라 높은 소득의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장학금이나 이자 지원을 끊는 것은 장기적인 빚쟁이가 되라는 것과 같다. “이제 자녀 대학등록금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라는 정부의 말 속엔 “대학등록금을 이제 학생들이 평생 부담해야한다”라는 본질이 숨어 있는 것이다.

오히려 등록금 인상 부추길 수 있어

더구나, 가장 큰 문제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가 등록금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가장 힘든 이유는 ‘대출’이나 ‘이자’보다는 아르바이트를 몇 개를 뛰어도 갚을 수 없는 등록금의 고공행진이다. 따라서 정부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와 동시에 ‘등록금 상한제’를 추진해야한다.

정부가 정말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억지스러운 ICL 도입보다 등록금 인하 정책과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무상지원을 확대해야한다. 또한 이를 위해 교육재정을 확충하고 과도한 사립대의 적립금을 규제하는 정책을 펼쳐야한다.

한편,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이 시민사회에 제안해 청구인 서명 중인 주민발의 ‘대학생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안)’은 소득과 무관하게 학자금 대출자 전원에게 대출 이자 차액 전부를 재학기간 동안 인천시에서 무상 지원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제도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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