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요즘 각종 언론매체는 연일 MB의 ‘녹색성장’에 힘입어 인천이 신재생에너지인 해양에너지의 메카로 뜨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세계최대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로 강화도 주변에는 2개의 조력발전소가, 덕적도 해상에는 조류발전단지가 추진 중이니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인천이 정말로 세계 해양에너지의 중심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천앞바다에서 추진되고 있는 강화남단의 인천만조력과 석모도~교동도~강화도를 잇는 강화조력은 시설용량이 각각 1440kw, 812kw로 현재 세계최대의 조력발전소인 프랑스 랑스조력(240kw)의 무려 6배, 3.5배의 규모다. 앞서 추진 중인 시화조력(254kw)과 가로림만조력발전소(500kw)보다도 크다.

물론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정책의 방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매번 세계최대라는 기록을 갈아치우며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조력발전소 계획은 입지 선정에서부터 진행과정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인 논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대규모 조력발전방식이 해양생태계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회의적인 입장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강하구갯벌은 세계적인 자연유산이다

대규모 조력발전소는 바다에 거대한 제방을 쌓아 호수를 만들어 바닷물을 가두었다가 간조 시 물을 흘려 발전하게 되므로 생태계 파괴와 대규모 해양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강하구에 위치한 강화지역은 우리나라의 3대 생태축인 비무장지대와 서해안갯벌이 만나 지리·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전 세계에 2000여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은 저어새의 최대번식지이며 수많은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이다.

또한 새우·밴댕이·주꾸미·꽃게·병어 등의 황금어장으로 오래전부터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천국제공항과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청라와 송도경제자유구역 조성, 공업단지 등으로 인천·경기만 갯벌이 대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강화갯벌이 유일하게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시화호방조제와 인천국제공항 건설 등 대규모 간척사업이 있었으나 그에 따른 조류흐름과 해양지형, 생태계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의 환경영향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또한 다량의 건설골재 수급으로 강화도 육상자연환경의 훼손과 방조제로 인한 해수흐름 방해로 홍수 발생·송전탑 건설·지역공동체 파괴 등 2차적인 문제 발생도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과도한 화석연료의 의존에서 벗어나고 국제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제정해 신재생에너지를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재생가능에너지위원회는 위치선정과 대규모 시설에 따른 환경영향 등으로 ‘부수적인 효과로 인한 해가 없어야하며 지역공동체나 자연시스템의 생명력과 권리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어야한다’라고 추가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로서 조력발전은 대규모의 지형 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는 거대 발전이 아닌 소규모 지역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크고 빠르고 단순함보다 작고 느리고 다양함으로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붐은 2012년부터 전면 실시하기로 한 의무할당제(RPS)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전사업자들의 발전용량의 일정부문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이 오히려 환경 훼손과 주민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최대의 조력발전소’ 건설이라는 ‘단순한’ 발상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생태계 보고이자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한강하구와 강화갯벌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의 해결책은 생태계 파괴와 지역공동체 붕괴를 가져오는 ‘크고, 빠르고, 단순한’ 인공구조물이 아니라 ‘작고, 느리고, 다양한’ 지역자립형 에너지 공급체계 구축과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구조로의 전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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