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인천만ㆍ강화 조력발전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 5대 갯벌 ‘강화갯벌’의 위기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강화도 갯벌이 위기에 처했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연구검토(R&D)를 통해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을 가시화하고 있으며, 인천시는 ‘강화 조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세계 5대 갯벌이자 천연기념물인 강화도 갯벌이 사라지게 된다며,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행정절차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만조력발전사업은 서해 쪽의 ‘강화도 남단-장봉도-영종도’를, 김포방면의 ‘강화도 남단- 영종도’를 연결하는 15.09㎞의 방조제를 건설한 뒤 장봉도 아래 시설용량 30메가와트(㎿)급 발전기 48기를 설치해 썰물 시 낙차(밀물 때 호수에 가둬둔 물을 썰물 시 내보냄)를 이용해 1440㎿의 전기를 생산하는 공사비 3조 4000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국토해양부는 인천만조력발전사업을 연구검토사업으로 시작했다. 사업타당성 등을 검토한 뒤 추진하겠다고 한 것. 국토해양부는 최근 사업타당성(타당성 조사 보고서 초안, 편익/비용비율 2.129)이 있다고 판단, 내년 하반기 공청회를 열고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사에는 한국수력원자력(주)ㆍGS건설ㆍ한국해양연구원이 참여한다.

이와 동시에 인천시는 강화도와 교동도ㆍ석모도ㆍ서검도 등 4개 섬을 잇는 총연장 7.795㎞의 조력 댐 방조제 건설을 통한 강화조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총사업비 2조 1370억원을 들여 25.4㎿급 수차발전기 32기를 설치해 812㎿의 전기를 생산한다.

시는 예비 타당성조사를 마친 상태라 올해 상반기 중 타당성조사를 끝낸 뒤 강화군ㆍ한국중부발전㈜ㆍ대우건설 컨소시엄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계획이다.

과거 정부로부터 보호지역 지정...생태계 파괴 논란 가열

2개 조력발전 예정지 모두 과거 정부로부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라 생태계 파괴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강화조력발전사업 예정지는 문화재청이 지난 2000년 7월 강화갯벌 보전과 저어새 보호를 위해 천연기념물 419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지역이다.

강화갯벌과 저어새 번식지는 약 1억 3600만평으로 여의도의 52.7배에 달하며, 단일 문화재 지정구역으로는 가장 넓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우수한 갯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된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2000여 마리에 불과한 멸종위기 종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종이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1999년 1월 홍콩과 대만에서 저어새 4마리한테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동경로를 확인한 결과 4월 4마리 모두 우리나라 서해의 민통선지역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며 “같은 해 7월 강화군 서도면 석도와 비도에서 집단 번식하는 것이 확인돼 우리나라 서해안이 저어새의 보호에 있어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만조력발전사업 예정지는 국토해양부(당시 해양수산부)가 2003년 12월 장봉도갯벌의 보전을 위해 습지보호지역 5호로 지정한 곳이다. 장봉도 앞에는 ‘풀등’이 있어 만약 계획대로 이 두 개의 조력발전사업이 추진된다면 생태계 교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강희 사무처장은 “정부가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두 곳이 한꺼번에 훼손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 5대 갯벌이라고 자랑하고 보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던 일은 이제 과거의 일로 사라지고 대규모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토목공사현장으로 둔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전회사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와 연관

이런 대규모 조력발전사업이 인천 앞바다에서 추진되는 것은 정부의 의무할당제(RPS)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의무할당제는 정부가 지난 2005년 도입한 조치로, 각 발전회사는 10% 내외의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한다.

과거 한국전력에 속해있다 민영화되면서 분화된 중부발전ㆍ남동발전 등 6개 발전회사는 자신들의 총 발전용량 중 일정규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보급해야만 한다. 현재 추세로 하면 2022년까지 각 발전회사는 총발전량 중 10%내외의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해야한다. 이에 발전회사는 이를 손쉽고 빠르게 달성하는 방법으로 조력발전을 택한 것이다.

이와 관련,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결과적으로 의무할당제(RPS)가 신재생에너지의 근본취지인 소규모 분산성이라는 개념을 훼손하면서 대규모 토목공사로 변질하고 있다”며 “풍력이든 조력이든 태양광이든 대규모로 건설하는 게 문제다. 각 발전사들이 지역 특성에 맞게 소규모로 지어야한다. 이를테면 도심 내 정수사업소의 여과지와 도서지역 등에 태양광발전을 소규모로 짓는 것을 점차 늘려 가면된다”고 지적했다.

시화호조력발전과 같은 ‘친환경’사업?...“근본이 다르다”

정부는 시화조력발전소의 사례를 들어 조력발전사업의 친환경성을 강조한다. 시화호조력발전사업은 정부가 지난 2004년 3500억원의 재원을 투자해 25.4㎿급 발전기 10기를 설치해서 밀물 시 낙차를 이용(썰물 때 호수를 비워둔 뒤 밀물 시 들어오는 물을 이용)해 시설용량 254㎿의 전기를 생산하는 조력발전사업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강희 사무처장은 “시화호의 경우 담수호를 만든다고 하면서 십수년 전 인공방조제를 만들었다. 그러자 어떻게 됐나? 물이 썩으며 바닥에는 오니가 쌓이고 생태계가 파괴됐다. 그래서 해수유통이 불가피해 방조제를 허물었던 것”이라며 “기왕 인공방조제가 건설돼있었고 수질문제 해결을 위해 해수 유통이 불가피했던 만큼 한쪽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했던 것이다. 이는 바다 위 섬들을 콘크리트방조제로 연결하고 천혜의 갯벌을 해치면서 건설하는 것과는 근본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는 매우 필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문제는 이제 단순히 환경의 문제를 넘어 지구의 생존문제가 됐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화석연료 사용 자제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이다.

논란 불구, 정부나 인천시의 공청회ㆍ토론회 없어

문제는 인천지역 대규모 조력발전사업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 정부와 인천시가 여태껏 공식적인 공청회나 토론회를 개최한 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천시가 앞서 추진하고 있는 강화조력발전소사업의 ‘본 타당성 보고서’가 완료됐으나,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인천만조력발전사업 관련 연구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환경단체는 정부와 인천시가 사업추진을 추진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객관적인 논의조차 배재한 채 진행하고 있다며, “정치적 판단과 내부 논의로 이루어지는 구시대적 태도가 재현되고 있다. 이러한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 그 첫 걸음은 타당성보고서와 연구보고서의 공개”라고 강조했다. 

인천시 따로 국토해양부 따로…사업타당성도 변화

강화조력발전사업은 시설용량으로 치면 시화호의 3.2배, 인천만조력발전은 5.67배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게다가 강화조력발전사업 예정지와 인천만조력발전사업 예정지는 강화도 서․남단을 경계로 밀접해있다. 두 조력발전사업 모두 발전방식이 같다. 때문에 사업성과 시기 등을 놓고 국토해양부와 인천시 사이의 갈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사업주체도 인천시 따로 국토해양부 따로다. 인천시가 강화조력발전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인천만조력발전사업이 없었고, 인천만조력발전사업 역시 강화조력발전사업이 없음을 전제로 사업타당성을 검토했다”며 “그럼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닌가? 각각 따로따로 접근했는데 어떻게 2개를 동시에 할 수 있나? 타당성 조사의 근거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에 조사 자체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남동구 구월동 재건축사업의 경우와 비슷하다. 서로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로 사업성을 검토했다가 나중에 둘 다 동시에 추진한 결과 그 일대 어떻게 됐냐? 인천에서 최악의 교통지옥으로 변모했다”며 “인천시가 추진하는 강화조력발전사업은 민간에서 투자하겠다고 제안한 사업이고, 인천만조력발전은 아직 방식이 정해지진 않았으나 둘을 합하면 사업비가 5조를 넘는 사업이다. 그런데 사업성 분석의 토대가 변했다. 그렇다면 수정해야 하는 것은 ‘초딩’도 아는 당연한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한강하구 홍수 위험, 경색된 남북관계 더 꼬일라

인천시와 국토해양부 갈등요인 중에는 경색된 남북관계도 있다. 강화만조력발전사업의 경우 한강하구에 홍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결과가 이미 지난해 발표됐다.

지난해 8월 인천환경기술센터(아래 환경센터)는 ‘한강하구의 매립 및 준설에 따른 수리학적 영향’ 검토연구를 통해 인천시와 강화군, 한국중부발전㈜, 대우건설컨소시엄이 추진하려는 강화조력발전소 건설이 강화 교동도와 김포를 비롯한 한강하구지역에 홍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한강하구는 한반도의 17.4% 면적의 빗물이 한강․임진강․예성강을 통해 유입되는 곳이다. 그 중 70%가 홍수기에 집중 방류돼 토사 퇴적양이 증가하다 보니 홍수위도 증가해 매년 김포 일대와 한강, 임진강 지역의 경우 홍수 때마다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참여정부 시절 남북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한강하구의 홍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다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은 없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한강하구 홍수 피해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를 했으나 아직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화조력발전사업 추진은 김포와 강화도의 홍수 위험뿐만 아니라 북한의 홍수위험도 가중시키기 때문에 꼬인 남북관계를 더욱 자극할 위험을 안고 있다. 때문에 인천시가 강화조력발전사업 추진을 강행할 경우 이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쳐 정부를 당혹스럽게 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진규 우리겨레하나되기인천본부 사무처장은 “가뜩이나 꼬여있는데 대체 어디까지 갈 생각인지 답답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됐지만 최소한의 신뢰에는 금이 가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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