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권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충권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투데이] 코로나19는 참으로 잔인하고 질긴 바이러스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 덕분에 확진환자 수가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할 때만 해도 ‘코로나를 머지 않아 물리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ㆍ소규모 집단감염이 다시 발생해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높은 지금,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허탈감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장기화하면서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피로ㆍ불안ㆍ우울과 같은 심리ㆍ정서적 문제와 함께 소화불량ㆍ흉통ㆍ두통 등 신체적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민간 심리상담기관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자가격리자나 확진자 대상 사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외출 자제로 인한 답답함, 돌봄으로 인한 스트레스,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등을 호소하는 상담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 관련 기관들이 불가피하게 휴관하거나 축소 운영됨에 따라 대면접촉 중심의 돌봄 서비스와 프로그램들이 제한되면서 보호를 요하거나 돌봄이 취약한 이들이 갖는 고립감과 절망감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 본인의 어려움을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데다 밖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평소보다 증상을 극복하기 더 어렵다.

이렇듯 ‘코로나 블루’ 현상이 심화하고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대응은 적절한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응과 비교해 한국의 방역체계, 일명 K-방역이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대책이 대부분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억제를 위한 보건위생에 초점을 둔 나머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대응, 즉 사회심리방역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느낌이다.

현재 국가트라우마센터, 광역ㆍ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의료기관 등으로 구성된 코로나19통합심리지원단에서 전화 또는 대면 상담으로 정신건강을 평가하고 고위험군을 선별해 치료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광역ㆍ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통합심리지원단을 확대 구성해 시민들에게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이 다시 확산하는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현 심리지원체계 확대만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심리ㆍ정서적 어려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사회복지 관련 기관 역시 이용자들의 심리ㆍ사회적 고립감을 최소화하면서 비대면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ㆍ시행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심리방역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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