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확진자 발생 문자가 울린다. 우리 센터 업무는 매우 달라졌다. 예년 같으면 한국어교실과 이주아동공부방 운영이 한창일 텐데, 지금은 이주민들에게 마스크와 물품 배분, 생계지원금 신청 지원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급한 마음에 민간지원들을 신청해 이주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러 의문이 생긴다. 이주민들에게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정부는 공적공급 마스크 판매 5부제를 시행하면서 건강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은 이주민들은 제외했다. 난민신청자ㆍ유학생ㆍ미등록체류자 등 건강보험 가입대상이 아닌 이주민은 공적공급 마스크를 살 수 없다. 차별문제가 대두하자 인천시는 외국인 대상 업무를 하는 기관ㆍ단체에 마스크를 두 차례 배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관ㆍ단체와 연결돼있지 않은 외국인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서도 이주민은 배제됐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범주에 한국인과 결혼한 결혼이주자와 영주권자만 포함했다. 그마저도 선주민에게만 지급하려했던 초기 발표를 비판이 커지자 바꾼 결과였다. 부천ㆍ안산시 등 소수 지자체에서만 등록된 외국인들에게 재난지원금 일부를 지급했다. 인천시는 건강보험을 가입한 외국인에게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 같으나, 아직 지원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선주민들만 겪는 것은 아니다. 경제회로가 멈춘 상황에서 이주민들도 날이 갈수록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 지원의 공백은 늘 그랬듯 민간영역에서 메우고 있다. 하지만 민간이 지원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한정적이고 선별적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센터에서도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선별해 민간영역 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빈곤상태 진술을 요구해 신청서류를 만들면서, 지원을 신청하고자하는 이주민의 절박함과 지원을 못 받은 이주민의 볼멘소리에 시달리면서 더 큰 물음이 생긴다.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서 왜 이주민들은 자신의 빈곤을 호소해야하는가. 왜 우리 같은 민간단체가 빈곤한 이주민들을 선별하고 있는 건가.

이러한 역할은 우리 센터와 이주민들의 관계를 수직적이고 경직되게 만든다. 이주민들이 서로 비교하고 상대적 박탈감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들을 모르는 척 할 수 없으니 괴로운 노릇이다.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고, 이를 생활방역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자체들은 방역지침을 어긴 개인과 기관에 구상권 청구도 검토한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인천시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며 시청 근처에서 집회ㆍ시위를 금지했다.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면서 방역의 초점은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과 의무보다 시민들의 책임성과 권리통제ㆍ자기검열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비난은 감염된 개인에게 돌아간다. 이주민들은 방역체계에서도 복지체계에서도 차별받으며 ‘운 나쁘게’ 감염되지 않기를 바라며 버티고 있다. 자가격리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추방되거나 처벌받았다는 이주민 관련 기사를 종종 접한다. 어느 누구도 ‘왜 그랬느냐’고 질문하지 않는다. 이기적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한 개인만이 남는다.

코로나 상황이 종식된 어느 날, 우리의 지역공동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K방역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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