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 추진...국민 기본권 생각해야” 비판
법원 공사중단 명령 이례적, 사업차질 대책 마련 요구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일조권 침해로 법원이 공사중단 명령을 내린 인천 동구 송림동 48층 아파트를 두고 인천시의회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 7일 열린 262회 인천시의회 임시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인천도시공사는 주요예산사업 추진상황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건설교통위원들은 “인천도시공사가 주변 거주지의 일조권과 조망권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아파트 건설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제262회 인천광역시의회 임시회 제1차 건설교통위원회(사진제공 인천시의회)

48층 높이로 설계한 동구 송림파크푸르지오 아파트는 인천도시공사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시작했다. 사업성 문제로 10년 이상 표류했으나 정부의 뉴스테이 사업과 접목해 초고층으로 계획했다. 이를 위해 기존 240%였던 용적률을 320%까지 높였다.

현행 건축법은 고층 아파트를 지을 때 주변 일조권 침해를 막기 위해 높이 제한이 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준주거지역에 지어져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30m 떨어진 인근 솔빛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공사를 중단 시켜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달 22일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일조권 침해가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길 수 있어 위법한 가해 행위가 된다고 판단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신축 아파트가 지어질 경우 동짓날 솔빛아파트 일조시간은 하루 평균 348분에서 15분으로 줄어든다. 신축 아파트와 가장 가까운 일부 동들은, 일조시간이 하루 1분도 되지 않는 집이 17세대, 30분이 안되는 집이 59세대였다.

법원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총 2562세대 중 220세대를 줄이고, 일부 동은 9층까지 층수를 낮추라고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천도시공사가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는데도, 피해 주민들과 논의나 보상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건교위에서 인천도시공사를 상대로 한 질의가 이어졌고, 도시공사는 잘못을 인정했다. 이승우 인천도시공사 사장은 “일조권 침해 문제가 야기돼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가 지난해 9월부터 나왔다. 그러나 이를 시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보고를 못 한 부분은 잘못했으나, 주민들이 문제를 표면화하지 않고 법적인 문제로 통로를 만들어 협상을 위한 창구가 없었다. 협상 창구를 기다리다보니 대처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정숙(통합, 비례) 의원은 “준주거지에 일조권과 조망권 고려 없이 사업을 진행한 것은 잘못이다. 2010년부터 법적 분쟁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인지하지 못한 것은 문제이며, 시의회에 보고가 없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질타했다.

안병배(민주, 중구1) 의원은 이 사장에게 “국민의 기본권 문제를 생각해 달라. 2016년 아파트를 48층까지 올린다고 공고를 했지만, 주민들은 이토록 심각할 것이라 예상 못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시공사는 220세대 미건설 시 예상 손실액은 149억으로 추정했다. 이에 안 의원은 “한 세대당 2억 이상 손해일 텐데 축소된 것 아니냐”며 “주민·임대사업자와 협상을 잘 진행해 손실액을 줄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은호(민주, 부평1) 의원도 “기본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고, 법원도 이를 보장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도시공사가 참여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피해보상이 아닌 공사 중단은 기존 판례와는 예외적인 판결이다. 따라서 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상당해 법과 제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파트 공급에도 차질이 생겨, 공사대금 지연 이자는 물론 각종 배상을 시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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