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기 시민기자의 인천 섬 기행|

[인천투데이 천영기 시민기자] 이작도(伊作島)의 옛 이름은 이적도(伊賊島)다. 고려 말에 왜구의 거점이었던 까닭이다. 「고려사」 ‘변광수전(邊光秀傳)’에 “고려 말 왜구들이 이 섬을 점거하고 삼남지방에서 올라오는 세곡선을 약탈하던 근거지라 하여 이적(夷賊) 또는 이적(二賊)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일본인들의 탄압을 피해 일부 백성이 피란을 온 것이 계기가 돼 유인도가 됐다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난민 생활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섬에 농지가 없어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 결국 해적 생활을 하며 은거하던 섬이 됐다. 그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적(伊賊)’이 ‘이작(伊作)’으로 변해 ‘이작도(伊作島)’가 됐다.

대이작항.

대이작도 ‘작은풀안 해수욕장’으로

대이작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나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한다. 중간에 자월도나 승봉도를 경유하기에 인천항에서는 대략 2시간, 대부도에서는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대부도에서 새벽안개로 승선을 대기하다가 다행히 바로 출발한다고 표지판이 바뀐다. 대이작항에 내리니 환영 표지판에 써진 ‘영화의 고향, 섬마을 선생님’이란 글이 반긴다.

섬은 길게 늘어져 있어 길이가 4.3㎞ 정도 되고, 산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송이산이고 다른 하나는 부아산이다. 능선을 따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있고 큰마을ㆍ장골마을ㆍ계남마을 등 마을 세 개로 나뉘어있다. 농지가 별로 없고 대부분 산으로 돼있는 섬이라서 주민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최근 어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 관광숙박업에 종사한다.

장골마을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작은풀안 해수욕장’으로 나갔다. 해수욕장 초입에 샤워실ㆍ 화장실ㆍ개수대가 나란히 있다. 모래언덕 위에 펼쳐진 솔밭 아래에 텐트를 칠 수 있다. 언덕을 내려가 해수욕장에 들어서니 고운 모래가 펼쳐있고, 사람들이 물속과 모래사장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편안하고도 정겨운 모습이다.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아 해수욕을 늘 즐길 수 있으며, 썰물 때에는 고동ㆍ낙지ㆍ박하지(게) 등을 잡을 수 있는데 조개는 1kg으로 제한하고 있다. 봄이나 가을에 가면 꽃게잡이 체험을 해보시라.

작은풀안 해수욕장.
해안산책로.
혼성암.

해안산책로를 따라

해수욕장 왼쪽으로 덱(deck)이 설치된 해안산책로가 나있다. 걷다보니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인 혼성암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여태껏 보고된 기반암은 19억년인데, 이곳 혼성암은 25억1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이란다. 한반도 대륙의 발달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단다. 이런 혼성암이 여기만 아니라 대이작도 곳곳에 있다고 하는데, 인류의 기원을 300만년 정도로 잡으니 25억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상상은 도무지 할 수가 없다.

산책로 끝 정자에 가니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이곳에 대이작도 주변 해역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 안내문이 서있다. 모래갯벌과 바위해안 등 뛰어난 자연 경관과 특이한 지형 경관, 넙치ㆍ가자미 등 수산생물과 기타 저서생물의 주요 서식지인 해역을 보호하기 위해 2003년에 해안생태계보전지역(해양수산부 생태계보전지역 제4호)로 지정됐다. 정자 너머로 ‘큰풀안 해수욕장’이 힐끗 보인다.

대이작도 풀등.(사진제공ㆍ옹진군)
큰풀안 해수욕장.

‘큰풀안 해수욕장’과 풀등

‘큰풀안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800m가량으로 짧지만 삼림욕을 하듯이 숲속으로 길이 나있다. 바닷가가 보이는 모퉁이 길을 걷는데 마침 물이 빠져 풀등(풀치)이 나무들 사이로 보인다. 한쪽에 보트가 있고, 사람들이 풀등에 올라가 있다. 썰물이 되면 예전에는 5~6시간 정도이던 것이 지금은 3~4시간 바다 위로 올라왔다 사라지는 신비로운 모래섬, 바람과 파도에 밀려온 모래가 수천 년 동안 켜켜이 쌓이고 쌓여 만든 해양생태계의 보고다. 저서동물 185종이 살고 있고 섬의 천연방파제 역할도 한다는데, 서해안 모래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바람에 물길이 바뀌어 면적이 계속 줄고 있다. 이러다 풀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큰풀안 해수욕장’은 그 길이가 600m 정도로 대이작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인데, 규모에 비해 운영하는 펜션은 하나밖에 없어 숙박하기는 좋지 않다. 그러나 한가함과 여유로움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야영장에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모래가 곱고 물이 맑으며 수심도 완만하다. ‘작은풀안 해수욕장’과 마찬가지로 썰물 때에는 고동ㆍ낙지ㆍ박하지 등을 잡을 수 있다.

영화 ‘섬마을 선생님’ 촬영 기념비.
옛 계남분교 복도.
계남선착장.

영화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로

계남마을에 있는 계남분교로 갔다. 대이작도 도로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 계단을 올라서니 영화 촬영 기념비가 있고, 학교가 보인다.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지 계단부터 풀이 우거져 뱀이라도 나올까 걱정된다. 선생님이 숙직하던 방엔 먼지만 뽀얗게 쌓여있고, 창문은 깨어져 창틀만 남아있다. 교실로 들어가니 복도부터 나무마루가 부서지고 빠져나가 위태롭다.

교실 내부도 마찬가지다. 천장은 합판이 벗겨지고 있고 칠판도 겉이 벗겨져 낙서만 보인다. 뒤 칠판은 누가 떼어갔는지 벽돌이 드러나 휑하다. 운동장은 풀이 우거져있고, 그네는 벌겋게 녹슬어있다. 영화의 고향은 이렇게 낡아가고 있다. 관광객들이 향수를 찾아왔다가 실망만 할 것 같다. 주변 풍광은 아름다워 영화를 다시 찍어도 좋은데, 퇴락해가는 분교의 모습이 안타깝다.

계남선착장 앞 승봉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연인들이 선착장 위에서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앉아있다. 학교 앞 팽나무카페 입구에 서있는 우람한 팽나무 두 그루가 계남선착장 이야기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랑살랑 풀어내고 있다. 안개에 가물거리는 해를 잡아 한 컷 찍어본다.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살아나는 듯하다. 마을은 영화 덕인지 펜션이 많이 들어섰다. 계남분교가 새 단장을 하면 사람들이 더 찾게 될 것이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 어디선가 들려온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아련한 사랑이야기가 지금도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무엇인가 잡힐 듯한데, 그것이 무엇일까.

※ 더 들러야할 곳

삼신할미 약수터.

? 삼신할미 약수터 : 고려 때부터 병을 치유해주고 소원을 이뤄주는 정한수로, 또 아기를 점지해주는 생명수로 섬사람들에게 소문나 있었다. 어느 날 이 약수를 먹고 득남한 부부가 이를 고맙게 여겨 아들의 다복ㆍ다산ㆍ장수를 빌기 위해 소나무들을 심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데 현재는 수나무 한 그루와 암나무 한 그루만이 새로 난 도로로 인해 서로 떨어져 있다.

대이작도 해양생태관.

? 대이작도 해양생태관 : 대이작도의 생태환경, 서식하는 생물, 지리적 특징, 풀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조성돼있다. 또한 모래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과 기념촬영도 할 수 있다. 2층에선 대이작도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섬마을 선생님’을 상영하고 있다.

장골해안.

? 장골해안 : 섬에 습지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다. 이곳은 물이 풍부해 습지가 이뤄졌는데 갈대와 물억새가 넓게 펼쳐져있다. 그리고 바닷가는 펄이 펼쳐져있는데 마을사람들이 쪼그리고 앉아 조개를 캐고 있다.

목장풀 해수욕장.

? 목장풀 해수욕장 : 모래가 거칠고 물이 빠지면 바위들이 밑을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클럽이 있다. 여름에는 해양스포츠 체험교실을 연다.

띄넘어 해수욕장

? 띄넘어 해수욕장 : 계남마을 언덕에서 내려가면 되는데, 자그마하면서도 아담하다. 모래가 밀가루를 빻아놓은 듯 곱고 앞에 사승봉도가 보이는 조용한 곳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천영기 시민기자는 2016년 2월에 30여 년 교사생활을 마치고 향토사 공부를 계속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월 1회 ‘인천 달빛기행’과 때때로 ‘인천 섬 기행’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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