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인천투데이]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으며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현재는 그야말로 ‘코로나 시대’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 대부분의 교육 시설은 온라인 수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질 법도 한데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이렇게 전면적인 온라인 강의를 선택하게 된 것은 유례없는 상황이기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온라인 수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사실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기가 있는지, 스트리밍이 잘되는 환경에 있는지 등이 화두다. 관련해 저소득층 가정에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되기도 했다.

갑작스레 온라인 개학을 맞이하게 된 직장인 보호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회사에서는 별다른 지침이 없는데 온라인교육 방침상 아이를 봐야 해서 출근도 제대로 못하고 아이도 제대로 돌보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다. 교수자는 어떠한가. 각종 프로그램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교수자의 경우 온라인 강의 자료를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간단한 영상이라도 준비, 촬영, 편집을 혼자 하는 것은 쉽지 않고, 그렇게 만든 강의물이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여러 학습방식을 운영해보면서 상황을 보완하고자 모두 애쓰고 있다. 하나 특수한 상황인 만큼 이러한 상황에 대한 국가 또는 기관의 유연한 생활지침이 필요한 것도 맞다. 특히 ‘n번방 사건’이 겹치면서 온라인 강의에 대해 우려가 크다.

‘n번방 사건’은 지금까지의 여성 혐오 범죄 양상에 더해, 미성년자 성착취 현실과 그에 대한 안일한 인식, 그러한 범죄 처벌시스템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만들었다. ‘n번방’의 여러 문제점 중 하나로, 해당 범죄가 온라인에 기반해 벌어졌는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경하고도 구체적 방책이 따로 없었다는 사실은 실시간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는 디지털 매체를 경유해 장거리에서도 흡사 대면하는 것 같은 현장감을 주는 대안적 수업 방식이다. 그런데 접속프로그램의 보안이 불안정한 경우 웹캠 해킹 등에 의해 악용될 위험이 있고, 이는 해외 사례에서 보고된 바 있다. 학생 또는 교수자의 얼굴을 캡쳐해 또 다른 디지털 범죄에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적지 않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화상을 끄고 참여하되 필요 시 부분적 음성 참여를 권고하는 등, 각 교육기관에서 지침을 내리고는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교수자 지침이 따로 없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 강의에 얼굴을 노출해야하는 부담이 있고, 얼굴이 나오는 녹화 강의 영상의 경우라면 불법 유포 등의 위험성이 있기에 교수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n번방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을 강력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에도 ‘제2의 n번방’이 등장해 특정인의 얼굴 등을 합성해 유포하는 범죄행위가 횡행했음을 떠올리면 이런 우려는 ‘온라인 강의의 불편함’ 차원의 문제라 할 수 없다. 이것은 온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와 직결된다.

코로나 시대에 ‘대안적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온라인 학습은 불가피하다. 그러니 문제가 터질 때마다 급하게 처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학습 시스템 관련 범죄 악용 사례에 대한 불안과 우려는 지금껏 안일했던 ‘성범죄’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했다. 그 누구도 이로부터 멀어질 수 없음을 외면할 수 없는 시점에 우리는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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