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평신문> 장호영 기자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초부터 일자리 나누기 사업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며 소속공무원들에게 성과상여금의 일부, 즉 10% 이내를 내게 했다. 지속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하자는 취지다.

시교육청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일자리 나누기 사업을 벌여 전체 소속 교사와 교육공무원의 85.9%(2만 39명)가 참여했으며, 31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금액을 가지고 방과후학교와 학교도서관 전담인력 배치 등 11개 사업에 청년 379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 성금을 모으는 동안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과 교감이 교사들에게 일정한 비율을 기부하라고 요구하거나 불참자를 불러 면담을 하는 일이 발생해 언론에 보도되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면, 인천 교육계의 수장인 나근형 교육감은 일자리 나누기 사업을 위한 기금 조성에 어떻게 동참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교육청에 전화를 했더니, 교육감 비서실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모른다. 총무과에 확인해라.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이므로 알지 못한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고 오히려 따지듯 물었다. 총무과에 확인해 보니 “교육감은 성과상여금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결국 나 교육감은 성과상여금이 없다는 이유로 기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난에 따른 고학력 청년 실업해소와 국가 경제위기 조기 극복에 인천시교육청이 선도적으로 참여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시교육청 자체적으로 열심히 추진했던 사업인데, 말이다. 

나 교육감이 일자리 나누기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교육청 공무원 사이에서도 쉬쉬했던 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입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공무원들 입장에선 원치 않았던 기금 모금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경우도 있을 텐데,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수장이 한 푼도 내지 않았으니 당연히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이 소식을 접한 부평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반 강제적인 일자리 나누기 성금 모으기에 참가할 수 없다고 거부하자, 교감이 면담을 하고 뒤이어 교장이 면담을 요청했다”며 “일선에선 이런 상황인데 성과상여금이 없다고 교육계의 수장은 나 몰라라 했다니….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흉내라도 냈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나 교육감은 2007년 차남 결혼식에 상당수 학교 예산을 축의금으로 받은 데다 올해 4월에는 장남 결혼식 청첩장 수천장을 각 학교와 유관기관에 뿌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7월 14일 임기를 마치는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시민들과 자신의 수하에 있던 공무원들에게 존경받는 지역인사에서 ‘열외’되지 않기를, 나머지 임기를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