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정부서 지원 대상 ‘건보료 납입자’로 확대 논의"
미등록외국인 마스크 보급률 낮아 ‘방역 구멍’ 우려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인천에 거주하는 모든 이주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엿새째 열 명 안팎으로 줄었다.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완화하고, 침체된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당초 소득하위 70%에 지급하기로 했다가, 21일 여당과 협의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되 기부를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소득하위 70% 지원을 발표했을 때, 인천시는 시비로 소득상위 30%을 따로 지원해 인천의 ‘모든 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예술인과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지원하는 긴급재난 패키지예산 1326억 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천의 ‘모든 시민’에 이주민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는 인천 거주 외국인 중 영주권자와 한국인 가족이 있는 이민자를 지급 대상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23일엔 ‘6개월 이상 체류하면서 매달 건강보험료를 내는 외국인’까지로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지급 대상 확대 방안을 건의했고, 현재 행정안전부에서 논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출입국외국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인천 거주 등록외국인은 7만2259명이다. 여기에 허가 체류기간이 지난 미등록외국인을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이들 중 인천시 재난지원금 지급 조건에 해당하는 외국인은 2만853명에 불과하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인천 거주 등록이주민 전체는 물론 난민 신청자와 체류기간이 지난 미등록이주민에게도 동일하게 지원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많은 이주민이 쉽게 해고당했다.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해 소득이 없다는 상담이 이어진다. 난민들 역시 하루하루 생계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미등록이주민에게도 지원금 지급을 논의하고 있다. 이주민 등록의 합법ㆍ불법을 떠나 지역을 지탱하고 있는 주민들이 존재해야 결국 지역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포르투갈도 미등록이주민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검사 등 공식적 도움을 받는 데 주저함을 없애 방역 빈틈을 메우겠다는 결단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지금 논의되는 긴급재난지원금도 위기상황에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야한다는 의미 아닌가. 지원금의 의미를 살리려면 재난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제되고 있는지 살펴야한다”라고 말했다

미등록이주자 마스크 10매씩 한 번 지급하고 끝?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공적 공급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지만,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은 해당하지 않아 방역에 빈틈이 생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4월 20일부터 국내 장기 체류 건강보험 미가입자도 외국인등록증 지참 시 구입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미등록이주민들은 여전히 마스크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인천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지난 20일부터 정부에서 마스크 1000매를 받아 배부하고 있다. 등록외국인에게는 일주일에 1인당 2매를, 미등록외국인에게는 10매를 1회 지급하고 있다. 보급이 시작된 지 3일간 약 800매를 배부했다.

인천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전에는 배급할 마스크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라며 “그나마 20일부터 마스크 배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센터 자체 예산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원받은 마스크가 동나면 배급도 끝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제는 마스크가 많이 유통돼 배급에 어려움이 덜해졌다고는 하나, 센터를 방문한 미등록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인보다 마스크를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바이러스는 국적이나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하루 빨리 공평한 마스크 배급으로 방역 구멍을 메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공영방송 <PBS>는 지난 15일 한국 정부의 방역시스템을 집중 보도했다. <PBS>는 한국이 코로나 19사태에서도 성공적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었던 이유로 쪽방 등 소외계층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공적 마스크를 보급하고 방역 소독하는 ‘성역 없는 방역시스템’을 꼽았다.

집단감염 우려가 큰 곳일수록 방역에 철저했던 정부의 대응이 폐쇄(lockdown)조치 없이 사회 유지가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렇듯 취약계층의 방역 여부가 한 나라의 방역 성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등록외국인에게도 공적 마스크를 보급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더욱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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