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세트ㆍ심사위원 서류도 단체 부담
“미숙한 예술행정, 구성원 전문성 결여”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운영하는 아트센터인천이 미숙한 ‘야외광장 공연작품 공모’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아트센터인천은 오는 6월부터 10월까지 아트센터인천 야외광장에서 공연할 예술단체를 모집한다고 3월 23일 공고했다. 그런데 공연무대와 음향시설, 안전요원 등을 모두 예술단체가 도맡아야한다는 조건과 신청서류를 우편으로 5부, 이메일로 1부 모두 제출해야한다는 것에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번 공모가 문제된 것은 우선 지원 조건 때문이다. 최대 500만 원을 지원하면서 무대 세트와 조명, 음향장치, 안전요원을 모두 응모단체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이에 예술단체들은 “음향장치만 몇 백만 원이 넘는데,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공모다”라고 비판했다.

공모 마감일인 4월 14일 무렵엔 신청서류 제출방식이 문제가 됐다. 보통 예술단체 대상 공모는 우편이나 이메일, 둘 중 하나로만 신청서류를 제출하게 한다. 그런데 우편으로 5부, 이메일로 1부를 모두 제출하라고 해, 혼선이 빚어졌다.

이번 공모 공고문을 보면, ‘모든 서류는 우편 접수(5부), 이메일 접수(1부)를 각각 제출해야한다’고 돼있다. 아트센터인천은 “심사위원에게 전달할 서류와 아트센터인천에서 보관할 서류를 모두 요청한 것이고, 심사위원용 서류를 요청한 것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다”라고 나중에 설명했지만, 예술단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 단체는 이메일로만 제출했고 제출이 확인됐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결국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A단체는 “일반적인 공모 내용을 생각해 이메일로만 신청했다”며 “애초에 공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잘못도 있지만, 왜 같은 서류를 번거롭게 따로 내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이메일로만 제출했는데도 서류 제출이 확인됐다는 답신이 이메일로 왔다. 당연히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예술인 B씨는 “탁상공론의 대표적인 예다”라며 “심사위원 배부용과 보관용 서류가 필요한데, 자체 비품을 쓰지 않으려는 행위다. 인쇄하는 번거로움도 공모 신청인에게 떠맡긴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아트센터인천.

“미숙한 예술행정, 구성원 전문성 없어”

아트센터인천은 이러한 상황을 의식했는지 이메일이나 우편 둘 중 하나라도 서류를 제출했으면 심사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아트센터인천 관계자는 지난 21일 “현재 신청 받은 서류는 모두 304건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넘겼다”라며 “이메일이나 우편 둘 중 하나라도 서류를 제출한 사람은 모두 심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만만하지 않다. 일부 예술단체는 “누구는 여유가 있어서 우편 서류와 이메일 서류를 모두 준비했나?”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공모에 참여한 B단체는 “코로나19 때문에 공모 사업도 없는 상황에서 이번 공모가 절실했다”고 한 뒤 “지원 조건부터 신청방식까지 아트센터인천 행정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문제는 아트센터인천 구성원들의 함량 부족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진행할 사업들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C단체는 “이런 공모 방식은 ‘나라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입찰공모에 가깝다”라며 “예술가들을 위한 공모 사업에 이런 형식을 빌렸다는 것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전문성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아트센터인천 관계자는 “나라장터 등 공모 사업을 많이 진행하는 기관들의 사례를 보고 공정성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만 따서 공모를 진행한 것이다”라고 한 뒤, “이메일로 제출한 서류가 열리지 않거나 오류가 나는 경우가 많아 인쇄물을 우편으로 따로 받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문제점을 보완해 공모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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