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생협의회... 연합회 “조례 폭넓게 해석”, 시 “긍정적” 검토
점포주특대위, ‘조례 개정 원천무효’ 주장하지만 현실성 없어
불법 전대에 세금탈루… 개선 시 전차상인 임대료 인하 기대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시가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 당시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와 약속한 상생협의회를 중심으로 보완 대책과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지하상가상생협의회는 올해 1월 시와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가 지하도상가관리운영 조례 개정안 통과 후 지하상가 상생발전을 위한 종합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키로 한 협의체다.

상위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도 상생협의회에서 다룰 예정

박남춘 인천시장은 29일 온라인 사회관계망(SNS)에 상가연합회와 상생협의회를 구성했다고 게시했다.

2002년 제정한 인천지하도상가 조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 금지하고 있는 전대와 양도ㆍ양수를 허용하고 있어,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이 민선 5기 때부터 줄기차게 개정을 요구했다. 

인천지하도상가는 부평역ㆍ동인천역ㆍ주안역 지하도상가 등 모두 15개(점포 3667개) 위수탁 관리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약 15% 정도만 합법 임대차 점포이고 나머지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위반에 해당하는 전대차(=임차인이 재 임대) 점포다. 

조례를 개정하지 않을 경우 박남춘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는 감사원 징계가 불가피했고, 행정안전부는 476억 원 규모의 보통교부세 감액 페널티를 예고했다. 

이에 시는 지난해 8월 전대와 양도ㆍ양수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시의회가 지하상가연합회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거부해 무산됐다.

박남춘 시장은 취임과 더불어 상위법에 어긋나는 인천지하상가조례 개정을 준비했고, 지난해 8월 개정안 제출 전에도 의견수렴 기구와 중재기구 등을 마련해 지하상가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시가 준비한 공청회 등은 상인들의 물리력 행사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 뒤 시는 다시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했다. 시의회 또한 상위법에 어긋나는 조례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조례 개정을 미룰 경우 동인천역 인현지하도상가와 부평중앙지하도상가, 신부평지하도상가 등 올해 2~8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지하상가 3개는 아무런 보호대책 없이 계약기간이 끝나버리는 무책임한 일이 벌어지게 됐다. 

시와 지하도상가연합회는 파국을 막기 위해 조례 개정에 합의하고, 대신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보완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필요할 경우 상위법 개정을 국회에 건의하는 것도 상생협의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그렇게 올해 1월 시의회가 진통 끝에 전대와 양도ㆍ양수를 금지하는 개정안 수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은 전대를 금지하되 부칙에 ‘전대와 양도ㆍ양수 금지’를 2년 간 유예하고, 임차기간 또한 5년 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계약기간 만료로 아무런 대책 없이 쫓겨날 뻔 했던 인현지하도상가는 계약기간 5년을 보장 받았다.   

첫 상생협의회... 연합회 “조례 폭넓게 해석” 요구, 시 “긍정적” 검토 

박인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16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인천시 지하도상가 상생협의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인천시)

조례 개정 이후 시 시민정책담당관실은 지하도상가 상생지원을 전담할 태스크포스(T/F)팀을 새롭게 구성하고, 협의회 구성과 발족을 위한 실무에 착수했다.

시는 상생협의회를 차분하게 준비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에 따라 정기회의를 지난 16일 처음 개최했다. 

조례에 따라 협의회는 시의원 3인, 지하도상가 관리법인 임원 4인, 시 실국장급 관계공무원 3인, 해당분야 전문가 4인 등 15명으로 구성했다. 상생협의회 위원장은 박인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다. 

16일 상생협의회 첫 회의에는 15명 중 박인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도시재생건설국장 등 시 공무원 4명, 신은호, 안병배, 김병기 등 시의원 3명, 전문위원 4명 중 2명, 지하도상가연합회 4명 중 2명 등 모두 11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 때 연합회는 시에 지하도상가 실태파악 전수조사, 코로나19 관련 지하도상가 관리비 지원정책의 지속화와 사용료 인하 등을 요구했다. 

또, 연합회는 조례 부칙 제3조 4항(계약에 대한 경과조치)을 넓게 해석해 유예기간 2년에 해당하는 2022년 1월 31일까지 지하도상가의 양도·양수·전대를 1회가 아니라 수회 이상 할 수 있게 허가해달라고 주장했다.

시는 전수조사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리비의 지속적 지원과 사용료 인하를 협의회 내에서 함께 검토해 가겠다고 밝혔다. 조례의 광의적 유권 해석에 대해서는 변호사 자문을 얻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점포주특대위, ‘조례 개정 원천무효’ 주장하지만 현실성 없어

인천 지하상가 상인들은 27일 인천시의회 앞에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조례 전부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하지만 지하도상가 점포주대표 특별대책위를 구성한 일부 임차인 상인들은 조례 개정이 원천 무효라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특대위 50여명은 첫 상생협의회가 열리던 날 개최 시간에 맞춰 시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시청사 현관을 점거하고, 상생협의회 개최를 무산시키기 위해 연합회 대표의 회의 참석을 방해하기도 했다. 

특대위는 조례 개정이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상생협의회 내 특대위 2자리 할당과 지하도상가연합회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특대위는 연합회의 활동이 지하도상가 상인들 권리보호에 미흡하다며 연합회장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례 개정이 원천 무효라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조례가 원천 무효라는 얘기는 조례를 다시 개정해 전대와 양도, 양수를 허용하는 것인데 이는 실정법상 불가능한 얘기다. 불가능한 요구를 내걸고 사실상 현 연합회 임원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셈이다. 

시, 상생협의회 중심으로 연내 지하상가 혼란 마무리

인천시청

시는 지하상가 조례 개정을 둘러싼 갈등을 상생협의회를 중심으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혼란을 안정화시켜 상인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얘기한 대로 올해 1월 조례 개정 당시 당장 계약 만료가 도래하는 3개 지하도상가(인현, 신부평, 부평중앙)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향후 관계법령 등 제도보완과 지하도상가 상생발전을 위한 종합지원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시와 연합회는 상생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특대위가 연합회장의 사퇴를 요구해 연합회 이사회 등에서 임원 구성이 달라지더라도, 시는 이 상생협의회를 중심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지만 특대위가 대화와 논의를 거부한 채 집회와 시위만을 거듭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시는 학교가 개학을 연기할 정도로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만큼이라도 집회를 자제할 것을 특대위에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대위가 더 많은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수백명이 모여 부부젤라 등 감염병 전파매개를 활용한 불법집회를 강행함으로써 시민들의 우려를 키운데 대해서는 유감의사를 밝혔다.

시는 경찰과 함께 지난 3월 26일부터 총5회에 걸쳐 ‘집회·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공문을 전달하고, ‘코로나19’ 기간만이라도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불법 집회는 계속됐고 결국 고발까지 이르렀다. 

시는 연합회와 연내 종합대책을 결론짓기로 한 만큼 상생협의회에서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시는 21대 국회가 새로 열리는 만큼 특별법 제정 또는 관련 법령의 개정까지 포함해 지하도 상가 활성화를 위한 종합지원 대책을 상생협의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신봉훈 시 소통협력관은 “상생협의회에서 논의하는 게 핵심이다. 상위법 개정 등 법적 제도보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상위법을 개정을 건의하고, 현 조례에 정비할 부분이 있으면 정비할 계획이다. 모든 것을 열어놓고 융통성 있게 논의하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협력관은 “올해 1월부터 조례개정과 상생협의회 구성까지 정말 분주하게 움직였다. 인현상가 등 3개 지하상가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시와 연합회가 노력했고,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며 “그 뒤 지하상가 상생협의회 티에프 전담부서 만들고, 조례개정 이후 규칙도 준비했다. 코로나19로 정기회의가 순연됐는데 안정화를 보이는 만큼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신 협력관은 또 “상생협의회가 보완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시는 현행 조례대로 밖에 지하상가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지하상가 상인들에게 돌아간다. 조례 정비와 실정법에서 허용하는 지원대책 등이 무산된다”며 “연합회가 대표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상생협의회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불법 전대에 세금탈루… 개선 시 전차상인 임대료 인하 기대

인현지하도상가는 2월 2일 계약만료를 앞두고 극적으로 조례가 개정되면서 계약위기를 벗어났다.

한편, 인천 지역 지하도상가는 앞서 얘기한 대로 임차 상인 대부분은 시 공유재산을 다른 상인에게 다시 임대(=전대)해 부동산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일부 전차 상인은 또 다른 상인에게 임대(=전전대)해 수익을 챙기고 있다.

2018년 감사원 조사결과 동구 배다리 지하도상가를 제외한 14개 지하도상가 전체 점포의 74%가 법을 위반해 전대ㆍ양도ㆍ양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천에서 가장 큰 규모인 부평역 일대 지하도상가의 경우 점포 총421개 중 95%인 398개가 전대 점포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에서 점포를 임차한 이들은 연간 임차료로 평균 198만 원을 낸 후, 재임대로 12배 이상에 달하는 평균 2424만 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임차권 양도ㆍ양수 시 평균 4억3763만 원에 달하는 권리금까지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감사원 조사 결과 인천지하도상가 점포 3667개 중 2479개가 전대 점포이고 전대 점포 중 1329개(54%)에 해당하는 임차인 938명이 부동산 임대업 등록을 하지 않아 소득세 4억4000여만 원을 내지 않은 것으로 추산됐다.

감사원은 또, 전대 점포 중 1456개(59%)에 해당하는 임차인 1036명은 전대료 수익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미신고 부가가치세는 2억20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세금 미신고는 임차권 양도ㆍ양수(=권리금 매매)에서 발생했다. 2013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발생한 임차권 매매는 920건으로, 감사원은 종합소득세 미신고로 7억8000여만 원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지하도상가를 관리하는 법인 5개도 관리비 수입에 대한 부가가치세 2억1000여만 원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상가 점포 중 임차인이 실제로 장사를 하는 경우 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실상 부동산임대업이다. 실제로 장사를 하는 나머지 전차상인이 85%는 시 조례 개정에 따라 임대료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대를 금지한 조례 개정 이후 지하상가 양도ㆍ양수 부동산거래는 급격하게 줄었다. 다만, 최근 5년 이내에 양수한 경우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이 또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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