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코로나19에도 삶은 지속된다
[세상읽기] 코로나19에도 삶은 지속된다
  • 인천투데이
  • 승인 2020.04.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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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일상생활을 잠식한 지도 거의 두 달이 돼가고 있다. 우리 센터는 3월 초면 열어야했던 한국어교실을 연기했고, 이주아동공부방 운영도 개시 하루 만에 중단했다.

센터에서 만나는 이주민들은 초반에는 많이 불안해했다. 마스크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최선의 방어는 집 안에서 나오지 않는 것. 한번은 이주여성이 병원에 문의 좀 해달라고 전화했다. 몸이 계속 아파 검체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는데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알 수 없으니 연락해달라고 했다. 병원에 전화해 확인하고 기가 찼다. 어떻게 의사소통이 된 건지 그가 받은 검사는 위 내시경이었다.

병원이 바이러스에 민감한 공간으로 떠오르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절차적, 감정적 대립이 생겼다. 코로나19 문제가 대두한 초반에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보호자 없이 환자만 진료실로 들어갈 수 있게 방침을 정했다. 그래서 임신부와 동행한 통역인의 진료실 입장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반면, 다른 산부인과는 혹시나 모를 의료사고에 대비해 진료와 출산 전 과정에 통역인을 동행하라고 했다. 병원을 통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우리 센터 통역 담당자는 병원 동행을 두려워했다. 센터에서는 병원 동행 통역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려움은 오롯이 환자들이 감당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을 이용하던 한 산모는 그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출산을 위해 인천으로 왔다. 그 여성은 잠복기가 이미 훨씬 지난 후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진료를 제대로 하지 않고 대학병원에 가라고 했다며 종이 한 장을 보여줬다. 진료의뢰서였다. 그런데 그 의뢰서엔 ‘대구에서 이사를 했다’는 ‘의사 소견’이 적혀 있었다.

이런 의사 소견은 처음 봤다. 게다가 그 여성은 대구가 아니라 경북에서 왔다. 해당 병원에 전화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동행한 통역인이 ‘대구에서 왔다’고 했으며, 경북대병원이 대구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계속 문제제기하니 ‘경북에서 이사 했다’라고 바꿔 다시 발급했다. 그 이주여성에게 통역인이 누구였냐고 물었다. 동행한 통역인은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는, 우리 센터 공부방 학생이었다.

더 이상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부끄러웠다. 우리 센터가 병원 동행 통역을 하지 않기로 결정해 일어난 일이기도 했다. 유례없는 재난상황에서 책임을 미루고 배제했다고 생각하니 괴로웠다. 의료보험이 없는 난민 신청자들과 미등록 이주민들은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다. 집단 방역에서 어떤 존재들은 배제돼있다.

긴급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인천시는 지난달 31일 ‘모든 인천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그 ‘모든 인천시민’에 ‘외국 국적자’들은 제외돼있었다. 고용이 중단돼 일용직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운데, 외국인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한 이주민은 ‘우리는 죽어도 된다는 거냐’라고 내게 물었다.

이러한 배제로 인한 공백을 민간영역에서 도움의 손길로 부족하게나마 메우고 있다. 이주민들에게 나눠주라며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후원하는 곳도 늘고 있다. 하지만 센터와 연계되지 않은 더 많은 이주민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있다. 생계가 어려워진 이주민이 많아졌다. 하지만 센터에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에 한해 민간영역에 지원을 신청해야하는 상황이다. ‘보편적 복지’는 배제되는 사람이 없이 공공영역에서 이뤄져야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