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후보 약점 현수막 게시, 약점 공격하다 되치기로 교체
현수막 가리기와 꼼수 대형 현수막으로 상대 후보가 고발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21대 총선에 출마한 인천지역 후보들이 현수막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현수막 문구에 게시하기도 하고, 일부 후보는 상대 후보 공격 문구를 담았다 되치기를 당하자 황급히 문구를 바꾸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고발도 이어졌다.

부평을 통합당 강창규 후보가 ‘친일반민족행위자(민족말살기관 중추원 참의) 홍종철의 친손자! 홍영표’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인천 부평을 선거구 미래통합당 강창규 후보는 ‘민족정신을 보여주십시요’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게시하며 ‘친일반민족행위자(민족말살기관 중추원 참의) 홍종철의 친손자! 홍영표’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3선 국회의원인 홍영표 후보는 선거 출마 때마다 단골 메뉴로 친일파 후손 공격을 받고 있다. 홍 후보의 조부 홍종철은 1930년 조선총독부 자문기구인 중추원의 참의로 임명돼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 반민족 행위 관련자 704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19대 총선에선 홍 후보의 상대 후보인 새누리당 김연광 후보가 친일파 후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고,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강창규 후보가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부평의 큰 머슴! 서민의 아들 강창규/ 친일 반민족 행위자! 홍종철의 친손자! 홍영표’라는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게시했다.

홍 후보는 당선 후 조부의 친일 행적에 대해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민족 정기를 바로 잡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독립유공자유족회 등이 홍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연수을 정일영 후보가 '친박OUT'이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연수구을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후보는 통합당 민경욱 후보를 겨냥해 ‘막말 정치인 퇴출! 친박 아웃!’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가, 친박 아웃을 말할 자격이 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 뒤 황급히 현수막을 교체했다.

김종민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6일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동안 교통안전공단 이사장과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맡으며 승승장구해왔는데 친박 아웃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입증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정 후보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선임 당시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며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잘못된 정책을 뒷받침하고 다 누리다가 적폐 청사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파란 점퍼 안에 빨간 내복을 입은 기회주의이며 유권자를 속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일영 후보측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언론을 통해 대부분 해명했다. 인천공항공사 사장 낙하산 임명 관련해 논란이 벌어질 경우 법적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다음날 바로 현수막을 교체했다.

동구·미추홀을 선거구 정의당 정수영 후보는 무소속의 윤상현 후보가 자신의 현수막 문구를 가리는 행위를 했다며 선관위에 신고했다. 현재 윤 후보측이 현수막 위치를 조정해 문구를 가리지 않도록 조치했다.(사진제공 정수영 캠프)

정 후보가 ‘미추홀사람으로 국정농단세력 심판!’이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했는데, 윤 후보측이 자신들의 현수막을 이동해 ‘국정농단세력 심판!’이라는 문구가 보이지 않게 가렸다는 것이다.

이에 정 후보측은 “윤 후보는 ‘국정농단세력’이었다는 것이 두렵고, 부끄럽다면 지금 당장 사퇴하고 정치를 떠나라”는 논평을 내고 선관위 신고와 함께 경찰 고발 조치 의사를 밝혔다.

문제 제기가 나온 후 윤 후보측은 해당 현수막을 가리지 않게 다시 현수막 위치를 조정했다.

서구갑 통합당 이학재 후보가 청라의 한 대형마트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철거하고 있다. 이후 이 후보측은 지역 사무실 주소를 옮기고 다시 이 건물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사진제공 청라총연)

서구갑 선거구 미래통합당 이학재 후보는 청라의 한 대형마트와 상가건물 등 3곳의 외벽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일부 철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구갑 공정선거감시단은 이 후보가 불법으로 선거용 대형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찰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 조치했기 때문이다.

청라 주민단체인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도 청라 대형마트 건물의 대형 현수막 설치가 적법한 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시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던 중 이 후보측이 해당 현수막들을 자진 철거했다. 하지만, 청라 대형마트 건물에 대형 현수막을 다시 걸렸다. 해당 현수막에는 선거 기호 없이 ‘청라 자사고·특목고 설립 추진’ ‘GTX-D 노선 추진’ ‘7호선 조기 개통 추진’ 등의 내용과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이학재’라고 적혀있다.

이 의원측은 현수막을 게시한 건물들이 국회의원 지역사무실이고 사무실 개수 제한이 없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지역사무실을 갑자기 여러개 늘려 사실상 현수막을 게시한 것은 꼼수라고 주장했다.

선관위 신고 후 이 의원측이 자진 철거했지만 청라 대형마트 건물에는 현수막이 다시 걸리면서, 민주당은 또 꼼수를 부린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대형마트 건물로 다른 지역에서 운영 중이던 사무실을 이전하고 현수막을 설치했는데, 기존 사무실 건물에 ‘이학재’라는 이름이 아직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법상 국회의원 지역사무실은 제한없이 설치할 수 있고 현수막 게시도 가능하다”며 “현재 대형마트 건물은 다른 지역에 있는 사무실을 이전한 뒤 설치한 것이라 불법이나 선거법 위반이라 할 수 없다. 기존 사무실 계속 사용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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