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현장] “하루하루 막막해요”...생계위협 인천항 일용직
[코로나 현장] “하루하루 막막해요”...생계위협 인천항 일용직
  • 이종선 기자
  • 승인 2020.03.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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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카페리 두 달째 여객운송 중단, 청소노동자 일감 사라져
생계지원책으로 항만 청소 중, 평소 임금 절반...“이마저도 다행”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코로나19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대부분 경제활동이 마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일용직 노동자다.

인천항에서 20년 가까이 한중카페리 객실청소를 해온 일용직 여성 노동자 서순덕 씨는 시름이 깊다. 코로나19 여파로 일거리가 줄어 벌이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서씨는 평소 카페리 객실청소로 일당 6만9000원을 받았다. 한 달 20일 정도 근무했으니 130만~140만 원 정도 받았다.

인천과 중국의 바닷길을 잇는 카페리 노선 10개는 지난 1월 28일 여객수송을 전면 중단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단체관광을 금지하고 개별여행도 자제시켜 승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중카페리는 화물만 실어 나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씨를 비롯한 카페리 청소노동자 65명은 2월 한 달 동안 일을 나가지 못해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서씨는 “매달 붓던 적금도 2월엔 못 채웠다. 임금이 한번 밀리면 보통 메꾸는 데 3개월이 걸린다. 가장으로서 일하시는 분들은 더욱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는 손님이 그저 줄어드는 수준이었다. 28년 일한 최고참 노동자도 ‘한중 수교 이후 30년 가까이 운항해온 카페리 승객이 아예 끊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인천항 주변을 청소하는 카페리 청소노동자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인천항운노조는 일감이 끊긴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나섰다. 해양수산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와 협의한 결과 인천항만공사는 예비비를 활용해 두 달간 일용직 청소노동자들이 공공근로를 하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3월부터 매주 3일씩 출근해 인천항만공사가 관리하는 구역 곳곳 청소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개항 예정인 신국제여객터미널부터 시작해 크루즈터미널, 아암물류1·2단지, 남항, 내항 등을 돌며 청소했다. 북항도 청소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씨는 “다행히 임시방편은 마련됐지만, 평소보다 벌이가 절반 수준인 70만 원 정도로 떨어져 걱정이 크다”며 “이마저도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해 4월 이후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카페리 객실 청소는 생각보다 업무 강도가 높다. 청소할 때마다 침대 시트를 벗기고 매트리스를 옮기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20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 중에는 더러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인천항 주변을 청소하는 작업은 막노동 수준으로 더욱더 고되다. 서 씨는 “인천항 청소를 하다 보면 쓰레기가 한가득하다. 고양이나 쥐 사체가 발견되기도 하고 각종 폐기물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또 “원래는 배 안에서 일하다가 넓은 야외에서 일하니 화장실 문제도 나타난다. 항만 주변 식당 화장실을 사용하려 해도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꺼리는 분위기”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씨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항만공사와 노조가 노력해준 덕분에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청소노동자들도 희망을 품고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들만 힘든 게 아니다. 우리 모든 국민이 힘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보였다.

해수부는 지난 2월 1차 해운항만업계 지원대책에 이어 지난 2일 2차 대책을 발표했다. 현 상태 3개월 이상 지속 시 외항화물운송 선사에 총 900억 원 규모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하고, 한만연관 사업체에 6개월간 사용료·임대료를 50% 감면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인천항만공사는 지난 12일 총 162억 원 규모 피해복구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한중여객 카페리 선사와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여객운송 재개 전까지는 임대료 전액을, 이후 감염경보 해제까지는 60%를 감면해주기 위해 38억 원을 지원한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하역사가 3월까지는 지난해 계약한 물량이 남아있어 버티고 있지만, 4월 물량부터는 현재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