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정책실장

조수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정책실장.

[인천투데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다. 170여 개국, 33만여 명의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했다. 사망자는 1만4000명을 웃돈다(3월 23일 기준).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으로 아우성이다.

마스크 대란은 이제 예삿일이다. 학교 휴업, 무급 휴직, 해고, 원유가격 폭락과 증시 급락에 이르기까지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여파가 크다. ‘세계 경기 침체’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는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운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 제약기업들은 돈벌이 안 되는 백신 개발에 뒷전이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 3년간 공공병원은 단 하나도 늘지 않았고 의료인력 충원도 말뿐이었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으로 11조7000억 원을 추경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동자ㆍ서민 지원책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재난기본소득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이주민ㆍ난민들은 어려움이 중첩돼있다. 감염 위험, 생계 위협에 더해 인종차별에도 시달린다.

유럽연합은 사상 처음으로 국경을 폐쇄했고 그리스 경찰은 난민들에게 실탄까지 발포했다. 감염병 문제를 인종 문제화할 것이 아니라 누가 감염되든 치료할 수 있게 공공의료를 탄탄히 해야 하지 않은가.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는 애초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했던 이들의 고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른 새벽 녹즙을 배달하고 곧 이어 콜센터로 출근해 저녁까지 ‘투잡’을 뛴 40대 노동자나 오전에 슈퍼마켓에서 배송업무를 하고 오후에는 음식점에 출근해 새벽까지 요리와 서빙을 했던 20대 노동자나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생계 위협 앞에 가난한 노동자ㆍ서민들이 ‘잠시 멈춤’하기란 사치였다.

일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급여 한 푼 없이 몇 달을 버텨야하는 ‘코로나19 보릿고개’가 등장했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급식종사자ㆍ특수교육지도사ㆍ방과후학교 강사 등 ‘방학 중 비근무’ 직종 노동자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어느 방과후 강사의 이야기가 폐부를 찌른다. “강사들의 생계비는 강제로 ‘잠시 멈춤’을 당하고 있다. 월세며 휴대폰 요금, 카드 대금, 보험금, 학자금 대출 상환 등 각종 고지서들. 즉, 기업들의 돈벌이는 왜 ‘잠시 멈춤’ 하지 않는지, 납부 독촉 전화가 올 때마다 속만 타 들어간다. 이 독촉 전화를 하려고 또 얼마나 많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있을까?”

학교 안 차별은 그물망처럼 촘촘하다. 돌봄전담사는 대부분 시간제다. ‘온종일 돌봄 체계구축’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도 벼룩의 간을 떼어먹듯 교통수당을 반 토막 내고 초단시간 쪼개기 계약으로 시간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왔다. 이런 조건에서 코로나19 ‘긴급 돌봄’에 대처하는 학교는 우왕좌왕 혼란스러웠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긴 상황에서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습 결손’을 막는 것에 열중했다. 삶과 연결된 교육보다 입시 경쟁을 위한 교육을 해왔던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삶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전인적 발달 교육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한국 확진자수는 이제 9000명을 바라보고,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국내 감염자가 최대 2만2000명까지 늘 수 있다는 수학모델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아동ㆍ청소년 확진자는 500명을 넘어섰고 앞으로 더 늘어날 듯하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다.

백신 개발부터 공공의료체계 구축까지, 코로나19는 사람의 건강ㆍ생명ㆍ안전보다 돈을 중심에 둔 논리로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팬데믹 시대,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남겨야할까.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