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인천투데이] 보통 때라면 한국에서 3월은 각종 교육기관의 입학 시즌으로 분주한 시기이지만 올해 3월은 그렇지 못하다. 전염성 높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 대학의 운영과 수업 개시일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로 인한 위험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아직 백신 등의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는 예방에 힘써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는 충분히 필요한 조치라 여긴다.

그러나 수업이 사실상 무기한 연장된 상황에 이르자 문제가 복잡해졌다. 교육비 지출은 똑같은데 그에 상응하는 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하면서 누락된 서비스 부분만큼 비용이 환불되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개인과 해당 기관의 단선적 문제만은 아니다. 대학의 경우를 보자. 감염병 우려로 인해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는 것은 전 국민적 권고 사항이므로 대학은 가급적 수업을 연기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수업 일부를 갈음하는 대안을 고안했다. 그런데 이것이 학교가 학생에게 제공하기로 한 교육서비스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대안으로 제시한 온라인 강의가 급하게 꾸려지며 수업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실습을 해야하는 예체능 계열 학생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전국적 위기 상황으로 인해 학교가 평소와 같은 수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것이 학생의 몫으로 부담되어야 하는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수한 상황에 의한 수업의 질적 저하는 물론 교육비에 대한 대안적 조치 없이 등록금을 내야 하는 현재 상황에 다수 학생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

이러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모든 것이 학교의 책임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규정상 환불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등록금 환불에 대한 법적 조치가 이루어질 수 없음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교의 지속적인 운영비 지출 등의 이유를 들어 학생들이 자신의 등록금 운영 전반에 대한 의문에 대해 그저 거절을 표하는 것이 온당한 반응이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등록금 환불의 가능성 문제 이전에 이러한 요청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을 확인하고 학교와 정부는 학생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등록금 문제에서 학생-대학 간 논의는 언제나 불충분하게 느껴진다. 매해 반복되는 등록금 인하나 동결의 문제와 더불어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비의 문제는 결국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애초에 무엇이었는지 떠오르게 한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유료교육 시설이기는 하지만, 학생-대학은 금전적 거래 이상의 관계이다. ‘교육과 연구’에 대학의 가치와 존재의미가 있다는 주장은 유효해야한다. 대학이 여전히 ‘지성(知性)의 장’이고자 한다면 등록금 문제를 학생과 어떻게 소통하고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야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하며 등록금 환불 문제에 대해 법적 문제 등을 들어 사실상 환불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조금은 우세한 것 같다. 요구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학의 목적과 학생-대학의 관계망을 고려해 해당 요구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음을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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