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봄호, ‘4ㆍ15 총선이 나아가야할 방향’ 제시 노력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이 최근 발행한 <황해문화> 2020년 봄호(통권 106호)가 촛불항쟁 이후 한국의 정치지형과 4ㆍ15총선의 방향을 특집으로 다뤘다.

새얼문화재단은 “2016~2017년 촛불항쟁 결과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지만 새로운 한국 사회를 만드는 보다 근본적 변혁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상황을 분석하고, 4ㆍ15 총선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이번 특집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집에 실린 글들은 모두 4ㆍ15총선이 거대 양당이 독식하는 정치질서를 종식하고 보다 다원화한 정치집단이 등장해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촛불시민, 기성정치집단 주도 탄핵에 주도권 빼앗겨

먼저 이승원 선생의 ‘스펙터클로서의 촛불집회와 포스트민주주의 시대의 정치과제’는 촛불항쟁의 의미를 분석했다. 그는 “2016~2017년 촛불집회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해 대중이 대의제 한계를 딛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한 스펙터클한 사건이었다”고 정의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혁명적 정치변환으로 이어지는 대신, 탄핵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축소돼 기성 정치집단이 주도하는 탄핵과정에 주도권을 뺏기고 이 사건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단순한 유권자로 격하되고 말았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과거 6월 항쟁과 4ㆍ19혁명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촛불항쟁 이후에도 청산돼야 했을 반민주세력인 새누리당 세력이 자유한국당으로 이름만 바꿔 이어졌다”고 한 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진영논리에만 안주해 더 많은 개혁과 대안적 과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무현 정권보다도 후퇴한 문재인 정권

박권일 선생의 ‘문재인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나’는 촛불집회 이후 문재인 정권이 노무현 정권보다도 후퇴한 정권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세 가지 점에서 후퇴한 정권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친재벌적 행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과 깊이 연루돼있는 삼성과 유착관계를 지속하며 ‘친재벌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고 봤다.

두 번째는 ‘친자본적 정책’이다. 1호 공약인 비정규직과 외주화 문제에 미온적이지만, 데이터3법과 바이오헬스 핵심 규제 개선 방안 등 기업 성장을 위해 국민의 사생활과 건강을 제약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는 ‘반대편에 대한 반대’에만 매몰돼있다는 점이다. 절대악(惡)을 설정하고 그들을 일방적으로 반대하기만 하고, 사회적 약자들과 소통에 무신경한 독선과 불통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보다도 악화된 정권이라고 평가했다.

반공-친자본 유전자를 공유하는 보수와 수구

이광일 선생의 ‘무의식의 담합과 의식적 갈등의 정치’는 한국의 기본적 정치지형인 수구(자유한국당)-보수(더불어민주당) 독점 구조가 의식적으로는 갈등하는 척하면서 무의식적으로는 담합하는 구조라고 파악했다.

그는 문 정권의 ‘적폐청산’은 집권을 위한 구호였을 뿐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수구-보수 독점의 정치’를 ‘보수-수구 독점의 정치’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세력이 자신들을 진보로 자처하거나 그렇게 불리는 것을 즐기는 이유는 자신들의 보수적 정체성과 ‘적폐성’을 은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도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의식적 갈등’과 ‘무의식적 담합’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세력이 모두 ‘반공’과 ‘친자본’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ㆍ여성ㆍ이주노동자ㆍ청년, 빈곤층과 소수자 등 한국 사회 절대 다수 구성원의 문제는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거법 개정, 양당 카르텔체제 균열로 이어질까

장석준 선생은 ‘양대 정당 카르텔은 깨질 것인가’라는 글에서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논의를 전개했다.

지난해 말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정당투표 득표에 비례해 국회 비례대표 의석을 50%만 보장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마저도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30석만 비례대표제에 따른 의석으로 배정하고, 17석은 정당투표 득표에 따라 할당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왜곡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퇴색됐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법 개정은 양당 카르텔 체제의 일시적 해체와 다당제 구도의 산물이라는 점, 제한적이나마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가 수렴될 수 있는 통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정 선거법의 취지가 이번 총선에서 관철돼 소수 정당들의 약진으로 이어져 양당 카르텔체제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을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했다.

‘을의 민주주의’에 걸맞은 보편성 실현해야

진태원 선생은 ‘을들의 연대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을의 민주주의’론을 기초로 촛불항쟁 이후 한국 정치의 현실과 향방을 진단했다.

그는 이 글에서 ‘민주주의적 요구’와 ‘민중적 요구’를 구별했다. 말하자면 기존 사회체계, 혹은 헤게모니적 관계 내부에서 수용할 수 있는 요구가 ‘민주주의적 요구’인 반면, 기존 헤게모니적 관계가 변형될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는 요구는 ‘민중적 요구’이다. 그동안 사회변혁을 위한 모든 기획은 ‘민주주의적 요구’를 관철한 다음에 ‘민중적 요구’를 해결하자는 전략을 따랐다. 그러나 이는 ‘을’을 기만하는 결과만 가져왔다.

그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을들의 연대’를 제시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해야하며, 자유주의 세력이 외면하는 문제에 더 과감히 쟁점을 던져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다섯 편의 글은 모두 한국의 정치지형과 촛불항쟁의 의미를 분석했다. 그러나 이 글들 어디에도 새로운 주체, 새로운 정치세력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 방도는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총선도 과거처럼 거대 양당의 정치질서가 반복될지, 그것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될지는 숙제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비평과 다양한 문학작품까지 다양하게 실려

한편, 이번 봄호 ‘비평’란에는 이승한 TV 칼럼니스트의 ‘김용균부터 설리까지, 죽음의 구조’가 실렸다. 이 글은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용균의 죽음과 배우이자 가수인 설리의 죽음이 모두 반노동자적 착취구조에 의한 타살이라고 규정한다. 한국 사회가 노동자들의 삶을 어떻게 수탈하며, 심지어 죽음까지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타자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참고로 ‘타자화(他者化)’는 특정 대상을 다른 존재로 보이게 만듦으로써 분리된 존재로 부각시키는 말과 행동, 사상, 결정 등의 총집합을 의미한다.

이번 호엔 이산하ㆍ송경동ㆍ안주철ㆍ신철규 시인의 작품도 실렸다. 또, 시 공모에 응한 42명 중 이인호ㆍ염신현ㆍ황종민 씨의 시가 채택돼 실렸다. 소설은 응모작 31편 중 마땅한 작품이 없어 지난 호 응모작 중 채택되지 못한 최임선 선생의 ‘전화기 속에서’를 게재했다. 이 작품은 과거에 전교조 활동을 했으나 이제는 은퇴한 전직 교사가 다시 전교조로부터 설문조사 응답을 요청받고 느낀 아픔과 부끄러움 등을 그렸다.

평론은 이창남 선생의 ‘채식주의자를 위한 변명’이 실렸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식민지 근대의 한국적 양상에 대한 성찰’로 파악하면서 ‘고기를 먹는’ 한국인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밖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추적한 정택용 사진작가의 포토에세이와 광주민중항쟁 40주년 특집으로 광주민중항쟁과 민중미술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조명한 문화비평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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