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지금 송도에서는 천연기념물이며 국제 멸종위기 조류인 저어새가 둥지를 틀고 아기 저어새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시민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모니터하며 저어새의 육아일기를 쓰고, 생태와 학계뿐 아니라 정치문화예술계의 저명인사들을 초빙해 세계 유일의 저어새 내륙번식 사실을 홍보하며 생태관광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저어새가 번식하는 곳은 인천의 마지막 갯벌이라 불리는 곳으로, 지난 3월 송도11공구라는 이름으로 매립계획이 수립된 곳이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저어새뿐 아니라 수만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찾는 인천내륙의 마지막 갯벌인 송도갯벌에 대한 매립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11공구 개발로 15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건설투자로 3만여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2010년 상반기에 착공해 2015년까지 매립을 완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이번에 제시한 자료는 작년 인천시의 ‘송도11공구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재탕한 것으로 경제효과로 건설투자효과와 산업집적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 분석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차치하고라도 건설투자효과는 매립공사 기간에만 발생하는 효과이고 산업집적효과도 첨단산업 등이 유치돼 생산 활동이 실현되었을 때 발생한다. 그래서 건설투자효과는 일시적인 것이고 산업집적효과도 투자유치가 실패하면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서 이미 지난 2003년 경제자유구역지정 당시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내놓아 2008년 개발1단계 완성 시 지역별 생산유발효과가 21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2009년 현재 이 사실을 인정하는 인천시민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난 5년간 인천경제청의 외자유치실적이 목표치의 0.8% 수준이고 투자유치 건수는 경쟁지역인 중국 푸동지역의 0.4% 수준임이 드러났다. 인천경제청은 송도11공구의 15조원 경제효과를 떠벌이고 있으나 결국 부동산투기장에 불과한 또 하나의 신도시 건설을 위해 생태계의 보고이자 인천내륙의 마지막 갯벌을 매립하겠다는 것이다.

올해에도 유비쿼터스 도시개발을 겨냥한 시스코, IBM, MS 같은 개발자본 이외의 외자유치는 거의 없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적어도 이런 현실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한 후에 송도11공구 매립의 경제성을 이야기해야한다. 또 다시 근거 없는 선동으로 일단 매립하고 기다리면 된다고 얼버무리는 것은 인천시민과 이웃생명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다.

대규모 국내외의 대학단지나 대형 명품 판매시설의 유치 같은 우발적인 계획들을 끼워 넣는 등 인천경제자유구역개발의 사업목표를 이미 수차례 수정한 처지에 더 이상 경제적 타당성을 논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경제청은 송도11공구 매립사업 사전환경성검토서와 대체서식지 조성 최종보고서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던 저어새를 언론과 학계 등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자 마치 대체서식지 조성에 처음부터 저어새도 고려했던 것처럼 슬쩍 그러나 순발력 있게 대상 종에 이름을 올려버렸다.

환경단체에서 요구한 송도갯벌 매립 전면 재검토와 저어새 번식지와 먹이터 추가확보를 위한 매립면적 축소라는 걸림돌을 피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이제라도 이런 얄팍한 술수가 아닌 진정으로 수만마리 도요물떼새 등 이웃생명들과 우리아이들을 위해 마지막 송도갯벌의 보전을 위해 큰머리를 써야 할 것이다.

이미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만도 6000만평이 넘는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면적이 작아서 외자유치가 안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안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일을 벌일 것이 아니라 정리하고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저어새와 수만마리의 도요물떼새도 당당한 인천시민으로 인정하고 인천내륙의 마지막 갯벌을 보전하는 것이 생태환경적인 측면뿐 아니라 동북아중심 국제도시, 인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일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임을 깨닫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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